[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한 축구 팬은 말했다. '이미 실망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멕시코는 그만큼 강한 상대였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실망을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은 벼랑 끝, 투혼을 보였고 드디어 '한 팀'이 되어 뛰었다.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과정과 내용이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3일 밤 12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졌다. 통한의 페널티 킥을 전반 내줬고, 후반 추가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 막판 손흥민이 만회 골로 멕시코에 대회 첫 실점을 안겼다.

뚜껑을 열기 전 멕시코는 무시무시해보였다. FIFA 랭킹 1위 독일을 1-0로 무찔렀고, 경기 내용은 스코어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기세가 오른 멕시코는 기세가 등등했다. 경기 전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아마도, 우리가 상대(한국) 보다 우월하다. 우린 우리 스스로의 컨디션을 보여줘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수들 표정 자체도 달랐다. 멕시코는 자신에 찬듯 선수단 얼굴에 미소가 띄었고, 신태용호는 긴장한 듯 보였다. 하지만 킥오프 뒤는 달랐다. 한국은 분전했다. 전 선수단이 물러서며 무기력하게 패했던 스웨덴전과는 분명 달랐다. 작지만 빠른 선수들을 전면에 배치한 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주효했고, 선수단의 적극성은 멕시코를 당황하게 할 정도였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 한국은 단 한번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며 실점을 했다. 전반 23분 손흥민이 무리하게 공을 끌다 역습 위기를 받았고 이후 김민우가 볼을 흘리며 위기가 계속됐다. 결국 위기는 극복하지 못했다. 전반 24분 안드레스 과르다도의 크로스를 막던 장현수가 핸드볼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 킥을 내줬고 골로 연결됐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한국은 곧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적극성이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이어지는 듯 보였으나 '원 팀'이 된 한국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추가 실점은 한국에게는 불운이 겹친 결과다. 기성용이 파울성 플레이를 당했지만 심판은 무심하게 경기를 진행시켰다. 신속히 이어진 역습 결과는 실점이었다. 치차리토는 재빠르게 골망을 갈랐다.

포기란 없었다. 한국은 몸이 부서져라 마지막까지 뛰었다. 여러 득점 기회를 놓친 건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은 후반 30분 상대 실수로 결정적이인 기회를 잡았고, 43분에도 손흥민이 강력한 슈팅을 때려봤다.

결국엔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내용과 과정은 박수 받아 마땅한 한 판이었다. 손흥민이 추가 시간 지친 상황 속에서도 만회 골을 터트렸다. 무기력했던 평가전과 유효 슈팅 한 번 없었던 스웨덴전. 확실히 달랐다. 재밌었고, 그 속엔 '원 팀'이 있었다.

2017년 7월 신태용호 출범 이후 딱 20번째 경기, 한국은 드디어 '원 팀'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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