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 국가대표로 활약한 세스크 파브레가스.
▲ 독일 선수들이 멕시코전 패배 이후 고개를 숙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세스크 파프레가스가 현재 위기에 처한 독일 선수단 마음을 대변했다.

파브레가스는 23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공영 방송 'BBC'에 게재한 칼럼에서 "월드컵에서 첫 경기를 지면 느낌이 달라진다. 독일 선수들은 그 기분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독일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이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조별 리그 첫 상대인 멕시코에게 0-1로 패했다. 독일 선수단이 받았을 충격은 컸다. 이제 독일은 16강 진출부터 걱정해야 될 처지가 됐다.

파브레가스는 누구보다 독일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우승후보로 꼽히던 스페인도 개막전에서 스위스에 0-1로 패하며 흔들렸기 때문이다. 당시 파브레가스는 스페인의 주력 선수였다.

그는 “지금 독일 선수들의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왜냐하면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반드시 이겨야하기 때문이다. 또 스웨덴전을 이기더라도 한국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좌절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특히 경기 전 몇 시간 동안 그 압박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스페인은 2010 월드컵 당시 개막전 패배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음 경기인 온두라스를 잡았지만 마지막 경기인 칠레전 결과에 따라 집에 갈 수도 있었다. 칠레전은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파브레가스의 회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개막전 패배 이후 전승으로 우승을 달성했지만 아직도 당시 느꼈던 부담감을 생생히 묘사했다. 파브레가스는 “칠레와 붙는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무서울 정도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모두들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유로 2008에 우승하며 국민들의 기대가 한껏 올라간 상태였다. 우리가 떨어지면 스페인 국민들을 실망시킬까봐 두려웠다. 독일은 4년 전 월드컵 우승 팀이다. 당시 우리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선수단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그런 압박감이 큰 경기를 많이 해봤다. 나는 속으로 '이기는 경기를 해야 돼'라고 생각했다”며 “독일은 스웨덴을 상대로 당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이런 압박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독일은 파브레가스가 언급한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는 24일 오전 3시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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