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독전’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그동안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벌’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을 연출했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독전’은 이해영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어색하게 섞여 있다.

‘독전’ 언론시사회가 진행되던 중 순간 ‘감독이 누구였지?’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을 순간 잊었다. ‘독전’은 그 정도로 전작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었다.

“상업영화 진영에서 나를 증명해야만 했다”고 했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였다. 제작사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를 만났고, 두 작품을 제안했다. 그 중 이해영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독전’이었다.

“상업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옆집에 사는 영희 엄마가 봐도 상업영화라고 느낄 만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단순한 범죄 장르라서가 아니라 명확한 장르, 상업영화지만, 그 안에서 캐릭터들의 질감과 극의 정서가 살아 있었다. 이런 캐릭터들과 함께라면, 신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전’은 범죄 액션 장르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 수없이 쏟아졌던 장르의 피로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캐릭터들 사이에 느껴지는 정서와 이해영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만나 생겨난 시너지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범죄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관객들은 ‘또 범죄 영화야?’라고 할 수도 있다. 기존 범죄 영화와 다른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아니었다. 장르 특성을 충분히 따르는 것이 목표였다. 다만 피로도를 느끼지 않을만한, ‘독전’만의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캐릭터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캐릭터들 사이에 생기는,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신은 영화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원호와 락이 단순히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관계가 아닌, 감정이 쌓이고, 그 감정으로 인해 묘한 순간들이 생겨난다. 서로를 마주하는 눈빛과 말투, 행동에서 이해영 감독의 세심한 연출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엔딩에서도 매우 크게 작용하기에 놓치고 가서는 안될 부분이었다.

“원호와 락이 인간과 인간으로 대면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원호가 마초 성향으로 이 선생을 잡기 위해 질주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조금의 머뭇거림이 있는 인물이라 락과의 관계성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렇게 서로 마주하고 대면하는 신들이 모여야 했다. 그렇기에 설원에서 마주했던 순간 생기는 감정이나 정서를 만들 수 있었다.”

서두에 말했듯이 ‘독전’은 지금까지 이해영 감독의 필모에서 상당히 튀는 작품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연출 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해영 감독 스스로에게 ‘독전’은 어떤 작품이 될까. “스스로 고마워 하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들려줬다.

“스스로 고마워하면 좋겠다. 그 전작까지도 내 작품을 좋아한다. 애정하고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미우면서도 좋은 감정이 들기도 한다. ‘독전’은 어느 순간, 먼 훗날 나에게 고마웠던 영화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