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박주성 기자] ‘월드스타’ 손흥민(25, 토트넘 홋스퍼)의 하루는 바빴다.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경기 후에는 팬들에게 다가가 감사인사를 전했다. 또 온두라스 선수들의 인증샷 요청도 환한 미소로 받아줬다.
13년 만에 대구에서 A매치가 열렸다. 상대는 온두라스. 가상의 멕시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축구 친선경기에서 온두라스에 2-0 승리를 거뒀다. 이제 한국은 오는 6월 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한 후 월드컵 최종명단 23인을 발표한다.
2017-18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바쁘게 소화하고 온 손흥민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모두 지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 37경기(교체 10회)에 나서 12골 6도움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7경기(교체 2회) 4골, FA컵 7경기(교체 2회) 2골 등 많은 경기에 쉴 새 없이 뛰고 이제 막 시즌을 마쳤다.
휴식을 취할 시기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3주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시즌이 끝나자 바로 한국으로 들어와 대표 팀에 소집됐다. 파주에서 훈련을 진행한 그는 온두라스전에도 선발로 나섰다. 실험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결과를 원했던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을 빼놓을 수 없었다.
손흥민은 손흥민이었다. 경기 내내 빠른 움직임과 강력한 슈팅으로 ‘손날두(손흥민+호날두)’의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들도 “오늘 손흥민은 완전 호날두네”라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온두라스가 준비가 안 된 것도 사실이었지만 손흥민이 잘한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15분 통쾌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최우수선수는 손흥민 선수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장내 아나운서는 손흥민의 최우수선수 소식을 발표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면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동안 손흥민은 방송사와 최우수선수 소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손흥민은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붉은악마가 모여 있는 관중석으로 걸어가 꾸벅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도 그런 손흥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최근 일부 야구 선수들의 냉담한 팬서비스가 생각났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손흥민은 따뜻했고 빛났다.
끝이 아니다. 이제 손흥민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야 했다. 기자들 앞에 서지만 팬들 앞에 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목소리가 그대로 팬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힘든 경기를 치렀지만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온두라스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손흥민을 쳐다봤다.
일부 온두라스 선수들은 손흥민을 발견하고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슈퍼스타를 만났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길게 줄을 서며 월드스타 손흥민과 인증샷을 찍었다. 손흥민도 해맑게 웃으며 온두라스 선수들에게 팬서비스(?)를 했다. 월드 클래스인 손흥민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타였다.
2박 3일의 대구 출장을 마치고 KTX를 타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향하는 택시에 탔다. 필자와 몇 마디를 나누던 택시기사님은 곧바로 축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축구 보셨습니까? 손흥민 그거 슈팅이 죽이던데!" 기사님은 표값이 비싸 TV로 경기를 봤다면서 손흥민의 활약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제 한국 축구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손흥민의 바쁜 하루에 우리 모두는 즐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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