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 권창훈 ⓒ연합뉴스
▲ 이근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5월 21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를 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 소집을 앞둔 주말. 신태용 감독과 한국 대표 팀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19일 강원FC외 경남FC의 경기에서 공격수 이근호가, 20일 디종FC와 앙제의 경기에서 미드필더 권창훈이 다쳐서 실려나갔다. 

이근호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다는 강원의 발표가 있었지만, 권창훈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디종이 즉각 발표했다. 그런데, 2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출정식에 이근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근호는 이 자리에 왔지만 걷기가 어려웠다. 이근호는 파주NFC까지 함께 이동했지만 훈련장에도 나오지 않았다. 

훈련 첫 날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2차 정밀 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이근호는 그날 파주에서 자지 않고 짐을 뺐다. 22일 오전, 대표 팀은 이근호가 회복에 6주가 걸리는 상황이라 대표 팀에서 빠진다고 발표했다.

권창훈과 이근호의 동반이탈은, 한국 대표 팀 공격의 축이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근호는 손흥민 활용법의 정답으로 여겨진 투톱 시스팀에서 가장 호흡이 좋았던 선수다. 권창훈은 신태용호 출범 이후 손흥민와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가장 잘 맞았던 2선 공격수다. 두 선수 모두 신 감독 체제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지난 해 11월 콜롬비아전 우측 공격을 이끌었다.

당시 신태용호는 손흥민과 이근호를 투톱, 이재성과 권창훈을 측면 미드필더로 둔 4-4-2 포메이션으로 플랜A의 해답을 제시했다. 두 측면 미드필더를 안으로 좁혀 전방 4인 블록으로 압박하여 공을 빼앗은 뒤, 이근호가 커트아웃, 이재성과 권창훈이 커트인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손흥민이 슈팅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어진 세르비아와 친선 경기에서도 후반전에 이근호가 투입되어 콜롬비아전과 같은 공격 형태를 만들며 경기력이 살아났다. 

이근호는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 팀의 베테랑으로 역할을 했고, 권창훈은 3월 유럽 원정 A매치에서 북아일랜드의 골망을 가르며 날카로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랬던 둘의 이탈은 신태용호의 공격 플랜 자체를 전면 재고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손흥민의 짝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활동량이 좋고, 빠르며, 마무리까지 좋은 이근호와 권창훈의 부재로, 기존의 플랜A가 좋았던 점을 거의 구현하기 어려워 졌다.

신태용호는 앞서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레프트백 김진수가 다치고, 본선 주전 센터백 자리를 낙점 받았던 김민재까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4-4-2 포메이션의 포백 수비 라인이 무너졌다. 측면 수비와 크로스, 중앙 수비와 빌드업에 강한 두 수비수가 빠지면서 신 감독은 28인 엔트리는 스리백을 고려해 구축했다. 포백을 잃은 신태용호는 권창훈, 이근호 이탈로 투톱 전술마저 잃게 됐다. 사실상 남은 4주간 백지상태에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 염기훈 ⓒ연합뉴스


신태용호가 잃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도 5월에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했다. 염기훈은 후반 조커로 한 자리를 꿰찬 상황이었다. 확실한 왼발 프리킥 능력을 통해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무기였다. 선발 전술의 공격과 수비의 축이 무너지고, 후반전 반전 카드까지 잃어버린 신 감독은 ‘멘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기고 부임한 신 감독은, 어쩌면 그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 월드컵 본선을 준비한다. 여기서 더 잃을 것이 있겠냐 싶을 정도지만, 이근호 부상 진단 결과가 바뀐 것처럼, 설상가상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표 팀은 본선으로 가는 여정에 손흥민과 기성용이라는 구심점 마저 부상으로 잃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신 감독은 훈련 첫 날 국내 평가전에 두 선수를 투입할 것이라고 했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태용호의 머리 속이 복잡하다. 

역대 최악의 위기 상황. 과연 신 감독은 “통쾌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본선 개막까지 23일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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