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체결한 김연경 ⓒ 엑자시바시 구단 홈페이지 캡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세계에서 가장 명문 팀인 엑자시바시에서 뛰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 팀은 이미 좋은 선수로 구성됐고 제 영입을 적극적으로 제안했어요. 저에게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배구 여제' 김연경(30, 터키 엑자시바시)의 새 팀이 결정됐다. 지난 시즌 중국 리그에서 뛰었던 그는 터키, 중국, 이탈리아 리그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김연경의 몸값을 생각할 때 이탈리아는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압축된 팀은 중국과 터키 팀이었다. 터키는 김연경이 6년간 몸담았던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가 영입 전선에 뛰어들었다.

중국 리그 팀들은 터키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지난 시즌 소속 구단이었던 상하이는 막판 엑자시바시를 뛰어넘는 거액을 제안했다. 다음 시즌에도 중국 잔류가 유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꿈틀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돈보다 명예를 선택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인 인스포코리아는 20일 새벽 "김연경이 여자 배구 최고 금액으로 터키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터키 엑자시바시 구단과 공식 계약하는 김연경 ⓒ 엑자시바시 트위터 캡쳐

김연경, 여전히 빅 리그인 유럽 무대에서 뛰고 싶다

2011년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김연경은 6년간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페네르바체 시절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과 MVP(2011~2012) 수상은 물론 터키 리그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터키 컵 2회(2014~2015 2016~2017)를 달성했다.

여자 배구 최고 무대인 터키에서 모든 것을 이뤘던 그는 지난해 중국 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어느덧 서른이 된 김연경이 한국과 가까운 중국에서 계속 뛰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여전히 최고 무대에서 뛰는 것을 원했다. 사실 김연경은 가족 같은 동료가 있고 익숙한 페네르바체에 남길 원했다. 그러나 페네르바체와 얽힌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인 인스포코리아는 최근 페네르바체 구단과 협상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자 배구 최고 무대인 터키 리그도 구단들의 형편은 좋지 않다. 바키프방크와 엑자시바시만 재정적인 형편이 좋은 편이다. 페네르바체와 김연경의 협상이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엑자시바시는 적극적으로 김연경 영입에 나섰다.

사실 엑자시바시는 김연경이 터키 리그에 있을 때 꾸준하게 러브 콜을 보냈다. 그러나 김연경은 계속 페네르바체에 남았고 엑자시바시는 매번 영입에 실패했다.

▲ 현역 여자 배구 최고의 왼손 거포로 평가받는 세르비아의 티아나 보스코비치 다음 시즌부터 김연경의 새 동료가 된다. ⓒ Gettyimages

엑자시바시는 바키프방크와 더불어 초호화 군단으로 불린다. 김연경과 더불어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꼽히는 조던 라르손(미국)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 팀인 세르비아의 티아나 보스코비치가 몸담고 있다.

보스코비치는 현역 최고의 왼손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평가받는다. 김연경에게 고무적인 점은 페네르바체에서 호흡을 맞췄던 에즈기 디리크(터키)도 있다는 점이다.

페네르바체와 상하이의 경우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반면 엑자시바시는 김연경을 대신해 줄 선수가 풍부하다.

김연경은 "(엑자시바시에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와 좋은 터키 선수들이 많다. 로테이션을 활용해 컨디션 조절이 가능하다. 앞으로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2017~2018 시즌 중국 리그 상하이에서 뛰었던 김연경 ⓒ PPAP 제공

엑자시바시보다 더 높은 금액 제시한 상하이, 그러나 배구 여제는 명예 선택

터키 리그는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 2개 구단이 김연경 영입에 나섰다. 반면 중국 팀은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톈진 등 5여개 구단이 영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연경은 지난 2017~2018 시즌 하위권에 있었던 상하이를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비록 상하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톈진에 3승 4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김연경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김연경 선수가 중국에서 만족할만한 대우를 받았고 생활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하이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컸다"고 덧붙였다.

지원이 탄탄한 엑자시바시의 경우 선수들에 대한 임금체불이 없다. 또한 배구 선진국인 브라질의 스태프들이 선수들의 몸 관리 및 훈련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김연경은 선진 배구 시스템에서 다시 한번 터키 리그는 물론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표를 맞췄다.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엑자시바시는 김연경 선수가 예전 터키 리그에 있을 때부터 영입을 원했다.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결국 사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선수 본인은 여전히 최고 무대인 터키에서 뛰고 싶을 마음이 클 것이다. 중국 배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여자 배구 세계 최강이 됐지만 최고의 선수들은 여전히 터키에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 새 구단 계약 문제로 고민했던 김연경은 국제 대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FIVB 제공

그는 "페네르바체와 풀리지 않은 문제를 위해 잠시 중국으로 옮긴 점도 나쁘지 않다. 중국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한 점이 유럽으로 돌아갈 때 플러스 효과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엑자시바시 구단의 담당자인 날란 우랄은 지난 19일 한국까지 찾아오는 정성을 보였다. 김연경은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셔널리그(VNL) 수원 대회를 위해 한국에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과의 계약을 위해 구단은 담당자를 직접 한국으로 보냈다.

인스포코리아는 김연경의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2년 간 배구 선수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몇몇 언론에서는 주팅(바키프방크)이 최고 연봉자로 보도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엑자시바시는 터키 리그에서 최다인 17회 우승을 한 명문 구단이다. 2011~2012 시즌 우승 이후 터키 리그 정상은 바키프방크(4회)와 페네르바체(2회)가 차지했다.

지난 2017~2018 시즌 엑자시바시는 21승 1패로 정규 리그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바키프방크를 만난 엑자시바시는 2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끈질긴 구애 끝에 김연경을 영입한 엑자시바시는 7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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