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연기한 안순진이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다. 제공|굳피플
[스포티비뉴스=유은영 기자] 어린 딸은 충분히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죽었다. 열다섯 살 때부터 곁에 있던 남편은 바람이 나 떠나버렸다. 딸 죽음과 관련된 재판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떠안았다. 배우 김선아(43)가 연기한 안순진이다. 그럼에도 김선아는 안순진이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김선아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 연출 손정현)에서 안순진 역을 맡아 40부작을 이끌었다. 안순진의 삶은 안타깝고 불쌍하다. 하지만 안순진을 연기한 김선아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 사람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행복해 보이더라”고 했다.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여자가 어디 있을까요? 팔자는 별로일 수 있겠지만, 미라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고 이혼했는데도 끔찍하게 생각해주는 전 남편이 있죠. 후배라는 애는 남편을 빼앗았지만 그래도 위해주는 마음이 있고, 계속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도 있고요. 가족이 등 돌린 것도 아니잖아요.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나쁜 삶이 아니에요. ”

김선아는 오히려 안순진 보다 손무한(감우성 분)이 더 불쌍했다고도 했다. 재산이 넉넉하고 삶이 풍족할지언정, 병마와 싸우며 누구에게 말 한마디 할 데가 없었던 손무한이 불쌍했다고. 김선아는 “손무한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것은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건 안순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게 ‘어른 멜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어른이 되면 ‘이랬다, 저랬다’라고 쉽사리 털어놓지 못한다. 어른들은 불쌍하다. 주변 사람들과 잡담을 하고 수다를 떨지만, 진짜 나눠야 할 고민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손무한과 안순진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의 에필로그나 별것 아닌 이야기, 대사들이 별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와 관련된다. 김선아는 “‘자러 올래요?’라는 대사는 정말 별말이 아니잖나. 그런데 이 말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가슴 깊숙이 숙숙 박히는 대사들은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슴에 쿡 박혔던 대사가 있다. ‘굿모닝’이다. 극 중 손무한은 췌장암 판정과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죽음이 가까워져 오던 날 아침, 힘겹게 잠에서 깬 손무한은 안순진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안순진은 그의 ‘굿모닝’이라는 인사에 안도와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김선아는 “‘굿모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슬프고 행복할 수 있을까 싶더라. 아침에 그냥 할 수 있는 인사다. 그런데 내가 ‘안녕’ 했는데 대답이 없으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인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인사를 했을 때 대답을 하면 기쁜 인사가 될 수도 있다. 별 것 아니지만 새삼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 김선아. 제공|굳피플

가슴으로 깊게 이해한 안순진이지만, 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김선아는 데뷔 이후 꾸준히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데, 전작 JTBC ‘품위있는 그녀’는 물론이거니와 이번 작품 ‘키스 먼저 할까요’ 촬영에 임하기 전에도 연기 수업을 받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적’을 받기 위해서다.

“연기를 막연히 몰라서 수업을 받는 게 아니에요. 저는 안순진이라는 사람이 처음이고 잘 모르죠. 이 인물을 연기할 때 제 생각이 있지만, 저보다 더 경험 있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있어요. 또 제가 혼자서 연기를 하다 보면 때론 놓치는 것들이 있는데, 사실 다들 잘한다고만 하지 지적해주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칭찬도 좋지만, 모자라고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연기 수업으로 받은 도움은 ‘삶에 대한 것’들이다.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 살아왔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다. 김선아는 “안순진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뭣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을까, 왜 살기 싫은데 이러고 있을까 등에 대해 생각하고 만들어나갔다”며 “이 여자의 삶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무엇이었을까 등 궁금증과 물음표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사실 이런 작업은 재밌기도 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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