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기도훈은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정다빈과 호흡을 맞췄다. 제공|SM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유은영 기자] “러브라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손이든을 챙겨줄 수 있는 오빠,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배우 기도훈(23)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 연출 손정현)에서 여하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여하민은 청각장애인이지만, 바리스타로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펼쳐나가는 긍정적 인물이다. 극 중 여하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손이든(정다빈 분)을 변화하게 하는 것. 그리고 손이든을 든든하게 챙겨주는 거였다.

두 사람의 시작은 악연이었다. 손이든은 여하민의 트럭을 훔쳐 탔고, 여하민은 사고까지 당했다. 인연은 여기서 그칠 줄 알았으나, 손이든이 여하민을 좋아하게 되면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악연, 그리고 사랑. 흔한 로맨스 공식을 따른 두 사람의 관계지만, 기도훈은 “러브라인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도훈은 “여하민에게 손이든의 첫인상은 철없고 예의 바르지 않은 비호감인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손이든의 가정사를 본인보다 먼저 알게 됐잖나. 속사정을 알아버려서 정이 가고, 뭔가 챙겨주려고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 것 같다. 챙겨 줄 수 있는 오빠, 그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사랑으로 커질 수 있는 마음은 아니었을까’라고 물었더니, “그건 작가님만 아시지 않을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도훈이 여하민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은 많았다. 기도훈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하민이라는 인물을 점점 구체화했던 것 같다”며 “대본 속에 있는 인물을 현실로 가져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택한 것은 청각장애인들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과 바리스타 공부를 하는 거였다.

기도훈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청각장애인 분들과 함께 봉사를 했다. 주3회씩 아침마다 봉사를 하며 그분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또 바리스타인 청각장애인 분들이 주문을 어떻게 받고,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커피를 내릴 때 어떻게 집중을 하는지 등을 눈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커피를 만드는 것 또한 한 달 반 정도 연습했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SMT SEOUL 레스토랑에서 교육을 받았다. 커피를 배우는 작업은 즐거웠다. 기도훈은 “커피를 좋아했다. 자취할 때 원두를 여기저기서 사와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도훈은 “직접 자격증을 따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연기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기도훈은 “긴장도 많이 했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해서 생각만큼 잘 해낸 것 같진 못하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극 초반에는 제가 원했던 그림이 있어서 그걸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며 “중반 정도 되면서 중심을 잃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의도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당황한”다는, 많지 않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기도훈은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조급하고 급박해지더라”면서 “하지만 극 후반부에 가서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오히려 편해지고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기도훈. 제공|SM엔터테인먼트

기도훈은 ‘키스 먼저 할까요’가 끝나고 나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청각장애인 분들의 애로사항이나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분들의 입장이 조금 더 대중에게 공감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러지를 못했다”며 “그래서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기도훈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얻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선배들로부터 신을 분석하는 방법이나 접근성, 접근하는 시선들의 다양성을 많이 배웠다. 배웠다기보다는 깨우쳤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제가 하고자 하는 그림과 상대 배우의 그림, 연출의 그림 등 세 부분의 교집합을 빨리 캐치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오지호, 김선아 등 선배들에게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기도훈은 “선배들이 현장에서 보이는 태도 등을 많이 배웠다. 김선아 누나는 특히 피곤한 상황인데도 제 앞에서 대사를 받아주셨다. 카메라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안 계셔도 되는데, 그렇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감사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하시더라. 정말 멋있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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