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루를 시도하고 있는 한화 이용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지난 18일 두산에 4-5로 뒤져 있던 한화는 8회 무사 1, 2루로 천금 같은 동점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이용규의 번트에 2루 주자 김회성이 함께 아웃됐다. 정근우의 안타로 다시 이어 간 2사 1, 2루 기회. 여기서 양성우의 안타가 터졌다. 2루 주자는 발이 느린 편인 최재훈이었다. 그런데 전형도 3루 주루코치가 팔을 돌렸다. 최재훈은 홈으로 전력질주했지만 김재환의 송구가 더 빨랐다.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화는 4-5로 석패했다. 평소 같으면 툴툴 털어버리는 한용덕 감독이었지만 이날 경기를 두고선 아쉬운 마음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소주 한 잔의 도움을 받아 잠을 청했다.

한화의 올 시즌 팀 컬러는 두려움 없는 야구. 공격적인 주루가 그중 하나다. 한 감독은 기회가 나면 아웃을 두려워하지 말고 뛰라고 주문했다.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도루가 하위권을 전전했는데 20일 현재 도루 시도가 17회로 4위다. 발이 빠른 제러드 호잉, 이용규, 정근우 뿐만 아니라 송광민 최재훈 김태균 등 발이 느린 선수들도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노린다. 그 결과 공격 패턴이 다양해졌다. 123득점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득점을 해냈다. 한 감독은 "밖에서 우리 팀 공격을 봤을 땐 단순했다. 그래서 뛰는 야구로 공격 패턴이 다양해졌다는 점이 참 보기 좋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나 역효과도 있다. 20일까지 한화는 주루사가 10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도루 실패는 12개. 성공률이 58.6%로 높은 편이 아니다. 프로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한화의 평균 대비 득점 생산은 -0.67로 0이 안 된다. 통계로는 잦은 주루사가 팀 공격에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뜻이다.

한 감독은 20일 경기를 앞두고 "(두산과) 지난 3연전이 못내 아쉽다. 특히 (주루사가 나왔던 수요일 경기가 그렇다. 아직 세밀성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우린 항상 똑같다. 공격적으로 뛸 것이다. 처음부터 잘 하는 게 어디 있나. 그런 건 없다. 그렇게 하면서 선수들이 깨우칠 수 있다"고 했다.

한화는 올 시즌을 리빌딩의 원년으로 삼는다. 박종훈 한화 단장과 한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경험을 쌓게 해서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육성하겠다고 입을 보았다. 희생 번트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박빙의 상황에서 박상원 서균 등 신진급 투수들을 내보내고 있다. 경기를 함고 경험을 쌓아 스스로 깨우치라는 뜻이다.

한화 선수들의 주루를 맡고 있는 전형도 주루코치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뛰려는 의지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굳이 내가 돌리지 않아도 알아서 뛰려 한다"며 "뛰다가 잡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제점을 깨우치게 된다. 그러면서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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