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젋은 시절의 아르센 벵거 감독

[스포티비뉴스=박주성 기자] 아르센 벵거(68) 감독이 아스널을 떠난다. 22년의 역사는 이제 마침표를 찍는다.

20일 저녁(이하 한국 시간), 아스널은 구단 홈페이지에 긴급 소식을 알렸다. “구단과 면밀한 검토와 논의 끝에 나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내려오는 것이 적절한 시기라고 느꼈다. 많은 시간 동안 좋은 구단에서 헌신할 특권을 준 아스널 구단에 감사하다.” 벵거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스널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최근 위기에 빠진 아스널이지만 벵거 감독의 사퇴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반복되던 벵거 아웃에도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더 이상 벵거 감독은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헌신과 성실성을 갖고 구단을 지휘했다. 아스널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스태프, 선수, 단장, 팬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팬들에게 팀 뒤에서 끝까지 응원해 주길 바란다. 내 사랑과 지지는 영원할 것이다" 그의 마지막 인사였다.

냉정히 말해 벵거 감독은 최근 특별한 내용을 보여 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 부임 후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실패했고, 이번 시즌 역시 사실상 4위 진입이 불가능하다. 하나 남은 UCL 진출 가능성은 유로파리그 우승이다. 벵거 감독은 그렇게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나 모두는 기억한다. 22년 동안 벵거 감독이 곧 아스널이었다는 사실을.

▲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

무명의 감독, 아스널을 만들다

일본의 무명 클럽인 나고야 그램퍼스 감독이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널 지휘봉을 잡았다. 리그 하위권인 나고야는 벵거 감독 부임 첫 시즌인 1995년 일왕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창단 첫 대회 우승이었다. 다음 시즌에는 J리그 준우승, 슈퍼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에 전 세계 구단이 일본에 있는 푸른 눈 벵거 감독을 주시했다.

1996101일 아스널이 벵거 감독의 부임 소식을 발표했다. 창단 후 첫 외국인 감독. 프랑스 출신의 벵거 감독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벵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영입한 뒤 성장시키며 아스널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리고 1997-98 시즌 벵거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때부터 아스널은 우승 후보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01-02 시즌 우승을 차지한 아스널은 2003-04 시즌 세상을 놀라게 했다. 2612. 무패 우승이었다. 이후 리그 우승은 없었지만 통산 7번의 FA컵과 커뮤니티 실드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벵거 감독의 아스널은 그렇게 완성됐다.

▲ 아스널의 리그 우승 세리머니

숫자로 보는 아르센 벵거의 아스널

벵거 감독은 아스널에서 823경기를 치렀다. 473번 승리를 경험했고 151번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벵거 감독이 부임한 후 1,549골이 터졌고, 리그에서는 3(1997-98, 2001-02, 2003-04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FA컵은 7, 커뮤니티 실드 역시 7회 우승을 기록했다. 올해의 감독상은 3번이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11경기에서 지며 부임 후 최다 패배를 기록했고, 승점 54점으로 역시 부임 후 가장 적은 승점이다. 45골을 내줬는데 2011-12 시즌 49골을 내준 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아직 리그 경기가 남아 추가 실점할 경우 부임 후 최다 실점을 세울 수 있다. 6위 역시 벵거 시기 가장 낮은 순위다.

▲ 고민에 빠진 아르센 벵거 감독

굿바이 미스터 아스널벵거

늘 따뜻한 햇살이 내리지는 않았다. 문제는 지난 시즌부터 발생했다. 아스널이 벵거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UCL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16강을 넘지 못한다는 조롱이 있었어도 아스널은 20년 연속 별들의 무대 단골손님이었다. 그런 아스널이 UCL 대신 유로파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아스널에는 어색한 곳이다.

리그에서도 아쉬운 성적이 이어졌다. 지난 시즌 아스널은 승점 75점으로 리그 5위를 기록했다. 지역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는 리그 2위를 차지해 그 충격은 더 컸다. 이번 시즌은 더 아쉬웠다.  21일 현재 리그 6. 자칫하면 7위까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리그의 부진은 벵거 감독의 마음을 눌렀다.

결국 벵거 감독이 작별을 선언했다.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이 일제히 존경과 존중의 메시지를 보냈다. 라이벌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벵거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감독 가운데 하나다. 나는 훌륭한 그의 라이벌이자 동료, 친구였던 것이 자랑스럽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앙숙 조세 무리뉴 감독은 항상 그의 행운을 빈다. 축구계서 은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벵거 감독의 뒤를 이을 감독은?

떠나는 벵거 감독, 아스널의 새 감독은?

이제 축구 팬들의 시선은 벵거 감독의 후임으로 향한다. 아스널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차기 감독을 결정하겠다고만 말하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여러 후보들을 거론하고 있다. 패트릭 비에이라, 토마스 투헬, 요하임 뢰브, 브랜든 로저스, 루이스 엔리케, 카를로 안첼로티 등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감독이라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벵거 감독 사임 발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반 가지디스 아스널 대표는 후임 감독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벵거 감독의 대체 감독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는 뛰어난 감독이었고 뛰어난 사람이었다. 벵거 감독은 항상 아스널에 자신의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후임 감독 작업은 오늘(20) 시작됐다. 나는 이 일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길 원한다. 벵거 감독의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감독은 비에이라 뉴욕 시티 감독이다. 벵거 감독은 사임 발표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에이라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가능성도 충분하다뉴욕에서 활약하고 있다. 과거에 좋은 활약을 한 선수가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를 추천했다. “새 길을 가야한다는 가지디스 대표의 말을 보면 깜짝 인사가 있을 수도 있어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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