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우가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현대 야구의 가장 큰 흐름은 플라이볼 혁명이다. 이상적인 타구 스피드와 발사각이 보다 많은 장타를 만든다는 이론이 야구판을 휘어잡고 있다.

삼성 구단 등은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도입해 본격적인 발사각 연구와 활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식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발사각을 만드는 것도 타고난 재주가 있을 때 한결 유리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형우는 좋은 롤모델이다.

최형우는 "타격할 때 특별히 발사각을 신경 쓰지는 않는다. 좋은 타이밍에서 타구를 맞히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형우는 매우 이상적인 발사 각도를 갖고 있다. 타고난 타격 메커니즘이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수 있도록 준비돼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최형우의 구종, 구속별 발사 각도와 평균 타구 속도를 분석한 데이터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평균 발사 각도는 12.75도. 이 기준에 맞춰 최형우의 타격 분포도를 분석해 봤다.

일단 최형우는 패스트볼에 강했다. 평균 발사 각도가 18.73도나 됐다. 평균 타구 속도도 시속 149km가 넘었다. 언제든 패스트볼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는 발사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외 구종에서도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발사 각도를 보였다. 다만 체인지업에서만은 8.42도로 다소 약한 면을 보였다.

구속에 대한 편차도 심하지 않았다. 아주 느린 변화구가 아닌 경우엔 대부분의 타구를 이상적으로 띄워 보냈다.

한국 야구에서 가장 많은 패스트볼이 형성되는 시속 135km~145km 구간에서 강세를 보였다.

135km~140km 구간에서는 발사각이 20도를 넘어섰고 140km~145km 구간에서는19.99도의 발사각을 보였다. 그에게 함부로 패스트볼 승부를 들어갈 수 없는 이유다.

145km가 넘는 구간에선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의 평균치 정도는 해결하는 능력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발사각에 따른 타율이다. 시속 135km~140km 구간에서는 4할1푼1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140km~145km 구간에서는 3할5푼7리를 찍었다. 하지만 발사 각도가 다소 내려간 145km~150km 구간에선 2할8푼2리로 타율도 한풀 꺾였다. 이 역시 높은 타율이지만 타자가 최형우이기에 아쉽다는 표현을 쓸 수 있었다.

이처럼 최형우는 타고난 메커니즘이 좋은 타구를 만들기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타자다. 때문에 슬럼프가 찾아와도 짧게 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장착돼 있다. 체력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좋은 발사각으로 좋은 타구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스런 기록들로 포장되지 않더라도 늘 자신이 할 몫을 해내는 꾸준한 페이스 역시 같은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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