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선이 연기 활동을 잠시 멈췄던 시기를 언급, "스스로 아무 매력이 없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은영 기자] “‘아역’이라는 타이틀을 뺀 정인선은 아무 매력이 없다고 느꼈던 시기가 있어요. 그때 연기를 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의 주관이 뭔지 찾게 됐죠.”

1991년에 태어난 배우 정인선(27)의 데뷔는 드라마 ‘당신’(1996)이다.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던 정인선은 아역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정인선의 연기 활동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계속됐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주목받았고 ‘매직 키드 마수리’(2002~2004)로는 아이들의 ‘아이돌’이 되기도 했다.

다만 정인선이 차츰 나이를 먹고, 생각이 깊어지며 성장통이 뒤따랐다. 연기가 좋지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연기가 싫어지게 된 거다. 정인선은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화내라면 화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안에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더라. 그래서 내 연기가 보기 싫었고, 매력이 없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아역’이라는 타이틀을 뺀 정인선은 “아무 매력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 것 또한, 자기 자신 안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주관이 없고, 개인 기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늘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고, ‘너는 공인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자라다” 보니 “어떤 것을 할 때도 ‘내가 좋아서 한다’는 것보다 ‘내가 이걸 하면 누군가가 좋아할 것’이라는 걸 생각하고 있더라”는 것.

“엄마에게 말했어요. ‘나 연기가 너무 좋은데, 지금 내 연기가 너무 싫어’라고요. 쉬고 싶다고도 말했죠. 엄마는 당연히 제가 우려되니 결정을 따라주셨어요. 다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마음대로 떠나도 되지만, 돌아오는 건 마음대로 안 될 거다’라고요.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저는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죠.”

▲ 정인선. 사진|한희재 기자

정인선은 연기를 잠시 쉬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진하게 가졌다. “쉬는 동안 열심히 자신 안으로 들어간” 거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주관은 뭔지 찾을 수 있었다. 정인선은 그 시간을 돌이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물론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연기를 “언제 다시 해야 하지?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건 옳은 선택이었다. 정인선은 “내 안의 신호를 무시하고 왔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정인선이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고등학생 때다. 그는 “현장에 갔을 때, 현장의 용어들이 들려올 때, ‘맞아. 나 이거 되게 익숙해’라고 인식했을 때, 그때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며 “그때 ‘나 여기가 굉장히 좋구나’ ‘나는 카메라가 너무 잘생겼어’ ‘카메라 앵글을 보면 아직도 좋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섯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촬영 현장을 놀이터보다 많이 갔으니 ‘어쩔 수 없다’ ‘너무 좋다’란 생각을 그때 했다”고 웃었다.

연기를 다시 하게 됐을 때의 목표는 “절대 갇히지 말아야겠다”는 거였다. 정인선은 “정말 다양한 역을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나 아직 괜찮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것을 해냈다”고 말했다. 

정인선은 본인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다양한 배역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자기 안에는 다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다고 말했다. 그건 “정인선이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정인선은 “같은 화를 내도 엄마한테, 친구한테, 상사한테 하는 게 다 다르잖나. 그런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여러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정말 작은 배역이었지만 ‘마녀보감’에서는 한 회에 모든 서사를 담아서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고,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서사는 없을 수 있었지만 에피소드 형식이라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았잖아요. 배역에 대한 의미만 저 스스로 찾을 수 있다면, 저는 아직 연기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주아주 많이요.”

▲ 정인선. 사진|한희재 기자

그런 정인선의 앞으로 계획은 뭘까. 그저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인선은 “다시 시작했을 때, 겁은 났지만 패기가 넘쳤다”고 웃으면서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다. 스스로에 대한 한계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짜 열심히 하려고요. 그렇게 열심히 하기 위해 제 삶도 풍부하고 다양하게 잘살아 보려고 합니다. 여행도 열심히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구들과 진득한 시간도 가져보고, 사랑도 열심히 하고요.(웃음) 삶을 놓치지 않아야 좋은 연기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에요.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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