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인선이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연기했던 한윤아에 대해 말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은영 기자] 곰팡이 핀 버섯으로 요리를 하고, 다른 집안 돌잔치에서 딸을 앉혀놓고 사진을 찍고, 애써 돌잔치를 해준 게스트 하우스 식구들에게 케이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말하고. 배우 정인선(27)이 연기한 한윤아는 극 초반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던 ‘민폐 캐릭터’였다.

정인선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연출 이창민)에서 ‘싱글맘’ 한윤아 역을 맡아 20부작을 이끌었다. 한윤아는 딸 솔이를 게스트 하우스 ‘와이키키’에 두고 도망쳤다가, 결국 솔이를 되찾기 위해 돌아온 미혼모였다. 와이키키 식구들은 한윤아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고, 대신 게스트 하우스 일을 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윤아라는 인물이 보여준 모습은 모두를 기함하게 했다. 사람이 나쁘거나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행동이 둔하고 깊게 생각을 하지 않는 탓에 주변 인물들에게 폐를 끼치곤 했다. 곰팡이 핀 버섯으로 요리를 하고, 다른 집안 돌잔치에서 딸을 앉혀놓고 사진을 찍고, 애써 돌잔치를 해준 게스트 하우스 식구들에게 케이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의 행동이 그랬다.

정인선 또한 ‘민폐 캐릭터’라고 빈축을 샀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민폐 캐릭터가 될 경우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호감이 되지 못하면 배우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제 입장에서는 윤아가 민폐를 끼쳐야 이야기가 굴러간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윤아 소개 자체가 ‘분노유발 민폐싱글맘’이었다. 작가님이 적어버리셨다”며 “민폐 캐릭터인데 민폐라고 불리면 성공한 것 아닌가 정신 승리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 정인선. 사진|한희재 기자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PD와 작가들이 우려를 표해줬기 때문이다. 정인선은 “작가님, PD님이 말씀해주셨다. 우리는 분명히 (이 반응을) 뒤집을 거고, 풍부하게 만들 거다. 그러니 너도 걱정하지 말고, 민폐를 끼쳐야 할 부분에서 민폐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분명히 한윤아가 그 순간 꽂히는 부분이 있다. 아이에게 밥을 먹여야 했던 순간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에만 집중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니나 다를까, 극이 진행될수록 더욱 섬세하게 만들어주시더라”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민폐 한윤아는 사라지고, 뜬금없이 웃긴 한윤아가 나타났다. 래퍼를 꿈꿨고, 또 어설픈 실력으로 진지하게 랩을 하는 웃긴 한윤아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외에도 만취해 이상 행동을 보이는 등 극 후반에 이르러서 한윤아라는 인물이 마음껏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들이 살아났다.

그중에서도 쑥스럽고 민망했던 것은 랩이다. 정인선은 “랩은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며 “농도 정하기가 힘들었다. 이걸 웃기게 해야 하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쑥스럽고, 민망하고, 오그라들었다. 그런데 모든 배우와 PD님 등이 ‘너는 웃기려고 하면 안 돼. 너는 열심히 해. 그래야 웃긴다’고 해주셨다”며 “그 뒤부터는 진지하게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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