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우 롯데 감독(왼쪽)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사직,신원철 기자]많은 팀들의 스프링캠프지였던 오키나와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팀은 롯데였다. 외국인 선수 보강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FA, 제2드래프트 등을 통해서도 전력이 충실히 더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롯데를 부르는 또 다른 표현은 "KIA의 대항마"였다.

세간의 평가에 대한 조원우 롯데 감독의 생각이 궁금해 직접 물어봤다. "롯데가 KIA 대항마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시 조 감독의 대답은 이랬다.

""9명의 야수(지명 타자 포함) 가운데 6자리 정도는 참 좋다는 것을 인정하겠다. 문제는 나머지 세 자리다. 7, 8, 9번에서 2할5푼 이상은 쳐 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진짜 강해질 수 있다. 7, 8, 9번이 2할5푼도 치지 못한다면 한 경기서 3이닝은 그냥 넘겨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위 타순을 어렵게 승부하고 주자가 모여도 하위 타선만 막으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경기를 풀어 가는 것이 대단히 어렵게 된다. 우리가 진정한 강팀이 되려면 그 7, 8, 9번에서 최소한의 제 몫을 해 줄 선수들이 필요하다."

불운하게도 조 감독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심각해졌다. 롯데는 1번 부터 5번까지는 타격감을 대부분 회복했다. 1번부터 5번까지 타순의 타율은 3할을 넘거나 육박하는 기록을 내고 있다.

하지만 6번 이후의 타율은 한숨이 먼저 나올 정도다. 포수 포지션에선 공격을 기대하기 어렵고 신인 3루수 한동희도 공격 부문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다. 번즈는 타격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6번부터 부진하니 타선에 힘이 떨어져 보일 수 밖에 없다. 18일 경기 전까지 6번은 2할6푼4리 7번은 2할3푼9리 8번은 2할2푼4리 9번은 1할3푼6리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조 감독의 기준이었던 2할5푼을 넘는 건 6번이 고작이었다.

그러다보니 조 감독의 말 대로 롯데 공격에선 대략 3이닝 정도가 그냥 지워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18일 사직 삼성전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나왔다. 그리고 하위타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한 극적인 상황도 나왔다.

0-2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 이대호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5번 민병헌이 중전 안타로 뒤를 받혔다.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6번 김문호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한동희는 3루 땅볼에 그쳤다. 마지막 타자가 된 8번 신본기마저 삼진을 당했다. 1점만 따라갔어도 흐름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너무 허망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6회에도 2사 후 이대호의 안타와 민병헌의 투런 홈런이 터져나오며 분위기를 끌고왔지만 김문호가 맥없이 물러나며 흐름이 또 끊겼다.

8회에는 4번타자 이대호의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이 터져나왔지만 타순이 밑으로 내려가며 분위기는 다시 차갑게 식었다.

반전은 1할도 치지 못하는 9푼1리의 타자 문규현이 만들었다. 문규현도 이전까지 공격에선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연장 10회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좌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승부는 운명처럼 만루로 이어졌다. 중심 타선을 피해간 삼성 배터리의 볼배합도 있었다. 마지막 순간을 맞은 건 6번 김문호였다. 결과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 혹시나 했던 기대는 또 한 번 무산됐다.

마지막 기회도 문규현이 만들었다. 문규현은 6-7로 뒤진 12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었다. 찬스는 1사 후 손아섭의 안타로 1,2루가 됐고 이날 홈런을 친 이대호에게 찬스가 걸렸다. 이대호는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치며 승부를 마감했다. 하위타선이 만드는 찬스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위타순이 조금만 힘을 보태면 롯데도 얼마든지 대량 득점을 하며 쉽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하위타선의 힘으로만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위타선이 최대한 투.포수를 괴롭혀줘야 상위타선이 한결 부담을 덜고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날의 경기는 그 교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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