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고 기뻐하는 대표 팀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종현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까지) 1년의 여정이 됐네요. 평양에서 열린 (아시안컵) 아시아 예선부터 1년이라는 세월은, 우리 선수에게 힘든 과정이었는데. 슬기롭게 잘 했어요." 윤덕여 감독, 여자 축구 대표 팀 감독 

농부는 가을이면 탐스러운 열매를 얻는다. 열매는 달콤하고 보면 뿌듯하다. 그러나 열매를 얻는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땡볕에서 더위와 싸우고, 작물을 하나하나 보듬어야 한다. 하나가 탈이 나면 즉각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곪는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야 아름다운 결과물이 생긴다. 

지난 1년을 여론의 혹평과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과 싸워온 윤덕여호도 마찬가지.

▲ '기적의 소녀' 장슬기

◆1년 전 평양에서 북한을 만났을 때

윤덕여호는 지난 1년 동안 고통의 시간이었다. 시작부터 어려웠다. 2017년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조 추첨에서 북한과 한 조가 됐다. 조 1위만 월드컵 티켓이 걸린 아시안컵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한국은 북한전 상대전적이 1승 2무 14패. 북한은 비기기도 어려운 버거운 그런 상대였다. 

운명의 장난까지. 평양 원정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일정이었다. 대표 팀은 원정에서 먼저 한 골을 내줬으나, 후반 장슬기의 '기적의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북한에 골 득실이 앞서 조 1위가 됐고 본선행 티켓을 잡았다.

◆동아시안컵, 알가베르컵까지 맞고, 맞고, 또 맞고

평양의 기적으로 살아난 대표 팀. 이후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은 암흑기였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2017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북한(0-1패), 일본(2-3패), 중국(1-3패)을 맞아 3전 전패했다. 매 경기 실점했다. 

윤덕여호는 이어 지난 3월 초 포르투갈에서 열린 2018년 알가르베컵에서도 또 얻어맞았다. 1차전 러시아에 3-1로 이겼지만, 2차전 스웨덴과 1-1무, 3차전 캐나다에 0-3으로 졌다. 동아시아컵에 이어 매 경기 실점이 이어졌다. 수비 불안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2019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을 겸해 치러지는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여전히 조 추첨은 한국의 편이 아니었다. 한국은 아시아축구 최강자 호주, 일본과 한 조가 됐다. 조 2위까지 본선행이 가능한데,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 월드컵을 향한 아시안컵 본선은 매 경기 치열했다 ⓒ대한축구협회

◆호주와 일본과 한 조…경우의 수도 안 돕는다

맞고, 맞고, 또 맞은 윤덕여호지만 윤 감독은 3월 파주 NFC 소집 당시 "신장이 큰 선수들과 경기를 할 때 세트피스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 점을 집중력으로 보려 한다. 수비 조직을 보완해야 한다"며 알가베르컵은 아시안컵 1차전 호주전을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할 시점을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윤덕여호는 투지 있게 싸웠다. 그리고 중요한 1차전, 호주와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2차전 일본을 상대로도 0-0으로 비겼다. 그런데 경우의 수도 안 도왔다. 조별리그 최종전 베트남을 상대로 4-0 완승을 거둬 조 2위를 노렸다. 그러나 호주와 일본이 1-1로 비기는 바람에 다득점에서 밀려 조 3위가 됐다. 

한국은 필리핀과 부담이 있는 5·6위 결정전에서 간절하게 싸워 본선티켓을 얻었다. 이번에도 장슬기의 득점포를 시작으로 릴레이 득점이 터졌다. 5-0으로 완승했고, 5위로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땄다. 

윤덕여 감독이 말한 1년의 여정, "슬기롭게 잘 대처"한 덕분이다. 


◆1년의 여정이 끝나고, 다시 1년이 여정이 기다린다

1년의 여정이 끝났다. 이제 2019년 6월 열리는 2019년 프랑스월드컵을 위한 1년의 여정이 시작된다. 윤 감독은 "(2019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통과가 목적"이지만 "아직은 조 추첨이나 본선에 합류하는 팀이 결정되지 않았다. 차후에 조 편성을 보고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개선된 점, 기대할 점: 수비 조직력, 강팀과 싸울 수 있다는 경험

대표 팀은 이번 대회에 앞서 치른 6경기(동아시안컵, 알가베르컵)에서 매 경기 실점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호주, 일본을 포함해 4경기 치르는 동안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윤 감독은 "우리가 강팀과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는 건 고무적. 수비 선수들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고, 무실점 골키퍼 윤영글은 "아시안컵에서 무실점해서 기분이 좋다. 제가 잘해서 무실점한 게 아니고 앞에서 선수들이 잘 뛰어서 무실점할 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기대할 점은 '경험'이다. 윤 감독은 2019년 월드컵에 대해 약간의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는 우리가 오랜만에 월드컵에 나섰다(2003년 미국월드컵 이후). 월드컵의 분위기가 생소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도 한 번 경험했다. 아시아에서 강팀과 경기를 통해서 경험을 쌓았고, 캐나다 때보다는 이번 대회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월드컵 본선행 확정 이후 금의환향한 대표 팀 ⓒ대한축구협회

개선할 점:공격력, 침착하게 

수비는 개선됐으나, 여전히 공격적으론 부족했다.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베트남, 필리핀전 4-0, 5-0 대승을 거뒀으나 우리보다 한 수 아래 팀이다. 월드컵 본선에는 우리보다 더 나은 팀들뿐이다. 

수비적으로 치밀성을 더 높이고, 공격적으로 더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공격수 전가을은 "공격 지형에서 침착하고 선수들과 더 맞춰서 신경 써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윤 감독은 "무실점은 칭찬하고 싶지만, 이번 대회에서 4강 진출을 노렸는데 5, 6위로 밀렸다. 3, 4위로 바로 가려면 득점이 필요했는데 그게 부족했다. 득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겠다"며 향후 득점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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