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인소설' 스틸. 제공|스톰픽쳐스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살인소설’은 그들만의 차별성이 확실하다. 어설프게 상업적인 부분을 끼워 넣지 않았다. ‘제대로 B급’을 내세웠다. 흐릿하지 않은, 분명한 B급 블랙 코미디의 장점을 확실하게 담았다.

영화 ‘살인소설’은 지방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들른 별장에서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가장 화려한 날 즐거움을 만끽하는 경석으로부터 출발한다. 경석은 차세대 정치인이다. 다만, 앞에 ‘부패한’을 붙여야 경석이 완성된다. 그것을 숨기지 않지만, 하는 행동들은 모두가 어설프기만 하다.

순간의 실수를 모면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나, 상대(혹은 적)에게 자신의 약점이나 감정을 모조리 내보인다. 말버릇처럼 내 뱉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는 말은 현실 속에 있을 법한, 말만 앞서는 불특정 인물을 대신한다.

경석이 별장에서 만난 수상한 청년 순태는 이야기꾼이다.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과거 이야기는 경석을 비롯한 그의 내연녀 지영(이은우) 등 주변인을 빠져들게 만든다. 현실인 듯, 가상인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들의 과거를 말하는 듯 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를 예견 하는 듯 하다. 순태의 묘한 미소는 더러운 비밀을 품고 있는 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든다.

▲ 영화 '살인소설' 스틸. 제공|스톰픽쳐스 코리아

‘살인소설’에 선인은 없다. 악인만이 존재할 뿐이다. 순태가 경석 무리를 이용하는 것도 선한 이유는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자 목적으로 이용한다. 어느 순간 경석이 더 불쌍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더 이상 선인이 없다는 판단이 든 순간, 경석은 내면에 깔려 있는 야망과 위선을 더욱 거침없이 드러낸다. 장인이자 비리의 온상인 3선 국회의원 염정길보다 더 한 인물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에 전체적으로 흐르는 음악과 정서는 확실히 B급이다. 상업성을 위한 양념은 치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김진묵 감독의 말처럼 서스펜스로 시작한 ‘살인소설’은 B급 블랙 코미디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반전 스릴러로 결말을 맺는다. 어디서 본 듯한 화면 구성이나 스토리 대신 시작부터 끝까지 ‘살인소설’만의 길을 택했다. 제대로 B급을 택한 ‘살인소설’만의 길을 말이다. 오는 2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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