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를 기억해' 스틸.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나를 기억해’는 아주 큰 사회적인 문제 두가지를 던진다. 가해자보다 더 숨어 살아야 하는 피해자의 아이러니한 상황과 촉법소년(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소년범) 문제다.

한 소녀가 있다. 자신의 의지를 박탈 당한 상황에서 소년들에게 윤간을 당했다. 약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마신 음료수가 문제가 됐다. 끔찍한 사건은 일을 주도한 학생으로부터 모든 것이 촬영됐다. 그 영상은 소녀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이른바 ‘마리오네트’ 영상 사건이다.

시간이 흘러 그 소녀는 성인이 됐고, 교사가 됐다. 서린 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소녀는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 듯 했지만, 또 다시 같은 범죄가 서린을 괴롭힌다. ‘마스터’라는 의문의 인물은 서린의 숨통을 쥐고 흔든다. 서린은 결국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형사 국철을 찾는다. 그리고 과거 자신을 비극적 사건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가해자 진호를 찾는다.

영화에서 서린은 과거 자신이 당한 일을 지우기 위해 이름과 외모를 모두 바꾼다. 지방에서 살았지만 서울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반면 ‘마리오네트’ 영상을 온라인에 퍼트린 가해자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욱 어두운 곳에 살아가는 모습은 분노를 일게 만든다.

▲ 영화 '나를 기억해' 스틸.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나를 기억해’가 이야기 하는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작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연출을 맡은 이한옥 감독은 영화의 시작이 청소년 문제임을 밝혔다. 서린과 국철이 의문의 존재 마스터를 마주한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서린에게 사연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피해자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극을 이끌어 가는 서린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시작 지점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청소년 문제보다는, 서린의 사연이 부각됐고, 14년 후 다시 일어난 범행을 뒤쫓는 서린의 이야기가 주가 됐다. 청소년 문제나 촉법소년 문제는 서린의 사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 정도로만 느껴진다. 두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했고,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졌다.

서린을 연기한 이유영이 영화 마지막 즈음에 뜻밖의 범인(반전이라는 설정)을 찾은 뒤 한 대사가 떠오른다. “참 다행이다”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유영이 서린을 연기해서 참 다행이다. 오는 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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