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머니백'에 출연한 배우 김무열. 제공|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머니백’의 정확한 장르는 블랙 코미디다. 7인이 하나의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추격전이라는 설명은 영화가 마치 케이퍼 무비처럼 느끼게 만들고, 그런 영화인 줄 알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당황 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알고 극장을 찾는다면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다. 개개인이 느끼는 정도의 차이로 인해 과할 수도, 부족할 수도, 적당할 수도 있지만, 장르의 특징은 명확하게 담고 있다.

‘머니백’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은 모두가 구구절절 기구하다.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김무열이 연기한 민재다. 학자금 대출이 있어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 만큼 형편은 어렵지만, 대출 조건이 되지 않았다. 결국 사채빚으로 졸업을 했다. 하지만 졸업 후는 더 큰 문제였다. 엄마를 실망 시킬 수 없었던 민재는 마치 공무원이 된 것처럼 정장을 하고 출근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부족한 월급 역시 사채로 채워 넣었다.

표현의 수위가 다소 과하게 느껴져 불편했다는 말에 김무열은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다. ‘관점의 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폭력이나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했다.

“비극적 상황에 처한 인물이다. 싶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가진(블랙 코미디) 특징이기도 하다. 비극과 희극이 교차되는 부분에서 웃음이 동원된다.”

“폭력이나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거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자극을 받으며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잔혹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작품의 어두운 부분이 부각 될까봐 블랙 코미디를 숨기긴 했다.”

민재는 ‘이 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고, 더 어두울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민재는 허준형 감독의 취재로 찾아낸, 실제 사연을 가진 인물이었다. 어디에는 존재하는, 현실이지만, 직접 바라보기가 싫어서, 의도적으로 피했는지도 모를, 그런 인물이다.

▲ 영화 '머니백' 스틸. 제공|리틀빅픽쳐스

그런 상황에서 민재가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예측이 가능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이 역시 허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었다.

“우리가 알기 있었고, 현실이지만, 직접 바라보지 못한 인물 일수도 있다. 거기서 오는 먹먹함과 답답함이 있다. 관객들이 잘 느낀다면 풍자나 해학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에서 김무열의 멀쩡한 얼굴은 단 한번이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김무열은 엄마의 병실 간이 침대에서 웃으며 누워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욕을 하고 있다. 이후 김무열의 얼굴은 매번 안쓰럽다. 얼굴에는 고생의 흔적이 가득 남아 있었다.

“사실 몸으로 한 고생은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뛰고 맞고, 또 뛰고 맞고 그 정도다. 하하. 그보다 민재의 비극적 상황을 진심을 다 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현장은 비극적인 장면을 찍으면 현장도 다 같이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다들 신나 있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나 혼자 진지해야 했다. 민재는 심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사가 아이러니 하다. 감정을 잡기가 어려웠다.”

▲ 영화 '머니백'에 출연한 배우 김무열. 제공|리틀빅픽쳐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김무열은 이 비극적 상황에 처해 있는 민재를 보고, 그 안에서 희망을 느껴서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고 했다. 가장 바닥에 있었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민재는 이제 위로 올라서는 일 뿐이다. 마지막 민재의 미소에서 희망을 봤다고.

“민재는 시종일관 억울한 표정인데, 시작은 웃으면서 욕을 한다. 그 부분이나 중간에, 그리고 마지막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웃는다. 마지막 웃는 얼굴은 잠깐 나오는데,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런 마음이 있었다. 영화로 보는데 만족했다. 보기 좋더라.”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