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 제공|명필름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당신의 부탁’은 변형된 가족의 형태와 다양한 모성을 보여준다. 각기 다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우리 주변의 가족과 모성을 이야기 한다.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살 효진(임수정) 앞에 남편의 아들 16살 종욱(윤찬영)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갑작스러운 동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효진은 갑자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작은 학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여전히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고, 하루하루 살아간다기 보다는 버티고 있는 효진 앞에 갑자기 아들이 나타난다. 아이를 키우던 할머니에게 일이 생겨, 효진에게까지 떠맡겨진 아이였다. 32살 효진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나이 16살 종욱은 그렇게 효진의 가족이 된다.

효진의 일상에는 모성이라는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자신의 일상을 버티고, 그저 살아가고 있는 효진에게 모성은 사치 인지도 모른다. 효진의 걱정에 잔소리를 쏟아내는 엄마의 모정 역시 고스란히 받기 버겁기만 하다.

▲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 제공|명필름

뜻밖에 시작된 동거는 순탄치 못한 것이 당연하다. 서로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효진은 입을 꾹 닫은 종욱이 못마땅하다. 종욱 역시 갑자기 생긴 엄마라는 존재는 어쩔 수 없는 부담이다. 그저 빨리 시간이 흘러 독립할 생각 뿐이다.

본질은 서로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상실감이다. 남편을 잃은 효진과 엄마, 그리고 할머니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느끼는 상실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 한다. 두 사람은 자신의 진짜 속내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털어 놓으면서 진짜 가족이 될 준비를 시작한다.

이 영화는 가족의 목적, 혹은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다. 효진의 엄마 명자(오미연)와 효진의 친구 미란(이상희)은 각기 다른 모성을 보여준다.

또 종욱이 임신한 친구 주미(서신애)에게 하는 행동은 또 다른 가족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주미 역시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성을 택한다.

모두 다른 방식과 스타일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을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도, 나눌 필요도 없다. 그저 서로 다른 형태로 보여줄 뿐이다. 효진 역시 종욱을 대하는 방식과 그에게 보여줄 애정 역시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 제공|명필름

결국 ‘당신의 부탁’에서는 효진과 종욱이 가족이 된 모습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대를 할 수는 있다. 각자의 애도를 끝낸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상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진짜 가족이 될 시작점에 서 있는 셈이다. 집으로 걸어오는 두 사람의 뒷 모습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오는 19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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