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 출연한 배우 이엘. 제공|NEW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속 제니(이엘)는 언제나, 어디서나 주목을 받는다. 첫 등장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아내 밖에 모르던 봉수(신하균)까지도 관심을 갖는다.

배우 이엘은 제니 만큼이나 특별한 매력이 있다. 틀에 짜인 듯한 느낌이 아닌, 날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언제나 생기가 넘치고,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오롯이 전달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듯한, 그런 매력을 지닌 배우다.

제니와 이엘은 다른 듯 닮은 부분이 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제니를 이엘이 연기하면서 그 매력을 더욱 부각됐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매력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실제 이엘이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솔직하지 못하거나, 자신을 숨기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듯 말이다.

이엘은 영화 촬영에 앞서 원작인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봤다. 산뜻하고 재미있는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병헌 감독의 시나리오를 더욱 기다리게 됐다.

최근 ‘바람 바람 바람’ 개봉을 앞두고 이엘을 만났다. 이엘이 연기한 제니와 원작과 다른 점들과 함께 자신이 생각하는 제니의 매력까지 들을 수 있었다.

◆ 이하 이엘과 나눈 일문일답.

Q.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원작의 제니는 자신의 매력을 많이 표현했다면, 내가 연기한 제니는 많이 표현하지 않았다. 제니가 뭔가를 표현하려고 하면 할수록 제니를 이해하는 것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담백하고 깨끗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논으로 보이는 매력이나 느낌보다 이 사람의 인간미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Q. 영화 속 대사 수위가 좀 높은 편이다.

사실 내가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감독님이 정확하게, 세련된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병헌 감독님을 믿고 갔다. 제니의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을 드러내는 대사들이다. 나는 그것에만 집중을 했다.

Q. 어렵진 않았나.

이런 종류의 연기는 처음이다. 어려움이 분명히 있었지만, 정말 재미 있었다. 감독님의 정확한 디렉션 덕분에 그래도 좋았다. 몇 마디 안하긴 하지만, 굉장히 정확하다. 지금까지는 화려하게 드러내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최대한 덜어내고 비워내는, 절제된 표정과 대사 안에서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 제공|NEW

Q. 제니는 처음부터 봉수에게 관심이 있었나.

당구장 첫 만남 전이었을 것이다. 봉수를 만나기 전, 석근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순진한 모습에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인데,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전혀 관심이 없다면 이야기를 듣고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제니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Q. 제니의 전사가 잠깐 나오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또 다른 사랑에 당당히 다가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니가 봉수를 남자로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니만의 상처 치유 방법 인지도 모른다. ‘내가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봉수에게 단순히 남녀 관계로 접근 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을 찾고 치유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Q.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관객들이 낯설어 할 수도 있겠다.

생각보다 제니의 감정을 잘 이해해 주더라. 제니의 상처나 아픔, 석근을 바라보는 표정 등 우리가 의도해서 보여드리려고 만든 장면들을 관객들이 잘 이해해 줬다. 나도 좀 놀랐다. 

Q. 봉수와 석근, 그리고 미영 등을 통해 제니의 상처는 얼마나 치유 됐을까.

영화에서는 과정만 보여준다. 석근과 제니가 위스키를 놓고 나누는 대화가 있다. ‘시간을 앞으로 돌리면 괜찮아져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 다음 날 제니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져 있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치유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뒤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 출연한 배우 이엘. 제공|NEW

Q.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 하고 있는데, 할리우드 작품들 중에서 탐나는 캐릭터가 있는가.

특별한 캐릭터 보다는 제니퍼 로렌스 같은 필모그래피를 갖고 싶다. 제니퍼 로렌스를 좋아한다. 필모그래피를 닮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연기를 한다. ‘조이’ 등에서 보여준 연기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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