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7년의 밤'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7년의 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화가 가장 기대되는 소설이 거론 됐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구조와 캐릭터 등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영화로 옮기기는 어려운 작품이기도 했다. 

이런 작품의 메가폰은 영화 '광해: 광이 된 남자'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이 잡았다. '광해' 성공 후 생긴 부담에 '7년의 밤' 원작의 부담까지 느껴야 했다. 연출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한 말은 "못한다"였다. 스스로 할 수 잇는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풀어가는 방식이 영화와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7년의 밤' 감독은 추창민이다. 결국은 메가폰을 잡았고,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광해' 후 후유증을 겪으면서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7년의 밤'을 다시 보니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만큼이나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추창민 감독은 "시나리오를 막상 쓰기 시작하니 정말 어려웠다. 내가 써 나가는 방식들이, 제작사에서 기대했던 방식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이렇게 만들거야?'라는 우려 섞인 반응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을 시나리오 집필에 흘려 보냈다.

'광해'를 연출했던, 그리고 그의 전작을 잘 아는 이들이라면 추창민 감독이 만든 '7년의 밤'에 우려가 생길법 했다. 추 감독 역시 이런 우려를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하는 '결이 다른 영화'라는 생각을 말이다. 

"맛있어 보이지만, 먹기엔 숨겨진 가시가 많은 영화라고 했다. 많은 제작자와 감독이 탐 냈지만, 난이도가 있는 작품이다. 그 상황에서도 '7년의 밤'을 선택한 것은 나만의 방식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던 이유다. 원작 속 인물들의 심리적 요소가 매력적이었다. 겉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추창민 감독이 만든 '7년의 밤'과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에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오영제다. 그에게 느껴지는 결부터 결말까지 조금은 다른 식으로 표현됐다. 세령호 속으로 들어간 잠수부, 그로 인해 밝혀지는 인물들의 비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현수, 승현, 모두 자신만의 비밀이 있었다. 오영제에게도 그런 비밀을 만들어 주고자 한 의도였다.

"오영제에게도 비밀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애정 결핍이다. 본인이 가장 원했던 것을 얻지 못 했을 때 악이 나온다. 흔히 생각하는 사이코패스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따. 불우한 환경이나 결핍으로 인해 아주 비틀어진 표현을 하는 사람이 있다. 오영제도 그런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비밀, 승현에게는 아이를 거부한 비밀, 오영제에게도 비밀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애정 결핍이다. 본인이 가장 원했던 것을 얻지 못했을때 악이 나온다. ㅅ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싸이코패스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악들은 이유가 있었다. 불우한 환경이나 결핍으로 인해 아주 삐뚫어지게 표현된 사람이었다. 오영제도 그런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 영화 '7년의 밤' 스틸. 제공|CJ 엔터테인먼트

'7년의 밤'에는 오영제와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오영제의 삶을 침범한, 그와 가장 강력한 대립을 펼치는 최현수다. 오영제의 딸을 죽이고,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다. 이 두사람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 이입이 쉬운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부분이 바로 '7년의 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따라가기 가장 어려운 이유 인지도 모른다.

추창민 감독이 '7년의 밤' 연출을 거절했던 이유도 같았다. 추 감독은 "오영제와 최현수의 부성이 이해가 됐냐"는 물음에 "그 심리는 이해하지 못했고 거부했다. 그래서 연출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고 했다. 생각을 조금 바꿨다. 완벽히 이해해서가 아니라, 이해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을 한 것이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있다. 한 택시운전사가 사고로 아이를 죽였는데, 시체를 호수에 버렸다. 정유정 작가가 신문 기사를 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택시운전사 이웃들은 그를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고, 아들은 절대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결국 그 심리를 이해해서 쓴 것이 아니라 이해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다."

결국 추창민 감독은 최현수나 오영제를 변명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 것처럼, 추창민 감독이 '7년의 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들의 사정을) 알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은 판도라 상자처럼 작은 희망을 하나 남겨 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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