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참으로 오랜만에 볼만한 공포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곤지암’ 이야기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체험 공포’를 앞세운 ‘곤지암’은 실제로 존재하는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연출은 맡은 정범식 감독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7인으로 구성된 호러 체험단을 구성했다. 영화의 형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할리우드 등에서 제작된 페이크 다큐에서 얻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배우들에게 카메라를 직접 들게 했다. 관객들이 함께 느낄 수 있게 만든 방법이었다.

정범식 감독만의 변별력이었다. 국내 관객들 역시 이제는 익숙해진 페이크 다큐에서만 멈출 수는 없었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변화와 진화를 거친 후 탄생한 것이 바로 ‘곤지암’이다. 

‘볼 만한’ 공포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정범식 감독의 고민이 느껴졌다. “보기 싫어서 안 본 것이 아니라, 볼 만한 것이 없어서 못 본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마니아와 일반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국내에서 흔하게 제작되지 않은, 그래서 마이너 장르가 돼 버린 호러, 공포물은 더더욱 그랬다.

‘곤지암’ 개봉을 앞두고 정범식 감독을 만났다. 공포 영화에 곤지암 정신병원을 다룬 이유부터 관객들의 만족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이하 정범식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곤지암 정신병원을 다룬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다큐 형식은 실제성을 가져와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어떤 지역이 있었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정신병원을 가져와서 실제성과 허구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유튜브를 통해 많이 알고 있었다. 그곳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영화적인 허구가 만나면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지만 형식이 독특했다.

일반적인 페이크 다큐 형식이다. 사람들을 모아서 체험을 하러 들어간다. 들어가서 사고를 당한다. 아주 간단한 구조다. 그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고, 쉽게 ‘거리’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맞췄다. 유튜브를 보면 기승전결이 없지만 먹방 콘텐츠를 즐긴다. 나도 찾아보니 그 안에서 즐길 ‘거리’들이 있더라. 그리고 차별화된 촬영 방식을 활용했다. 배우들이 직접 촬영을 하고, 인위적인 사운드를 절제했다.

▲ 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 제공|쇼박스

Q. 새롭게 시도된 부분이 많은데 어렵진 않았나.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사실 모든 것이 어려웠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배우들이 찍은 작품은 없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는 ‘찍는 척’만 한다. 국내 관객들은 이미 익숙하다. 그 정도의 영상을 가지고는 체험 공포를 만들 수 없었다.

Q. 직접 촬영을 하라고 하니 배우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황당해 했다. 하하. 무대포로 해 보자고 했다. 배우들이 신인이라서 연기만으로도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습적인 촬영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다. 촬영이 거듭되면서 배우들이 촬영을 하는 것도 연기의 일환으로 생각하면서 진행해 줬다. 그렇게 찍어낸 결과물을 보니 배우들의 정성이 담긴 앵글과 컷들이 나왔다.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Q. 국내도 공포 영화의 전성기라고 부를 만한 시기가 있었다.

맞다. 이제는 뭔가 내 놓을 것이라면 새로워야 관객들도 반응할 것이라 생각했다. 

Q. 정말 무서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 무섭게 할 걸 그랬나 싶다. 하하. 특정 타깃이 있지만, 사실 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이대가 즐겁게,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서사도 많이 생략을 했다. 호러 영화를 즐기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관람’을 했다면, 지금은 콘텐츠로 ‘즐기고’ 있더라.

Q. 그저 놀라게 만드는 귀신이 아니라, 장시간 노출을 시키면서 공포가 극대화 되는 것 같다.

공포 영화에서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한다. 놀람 효과를 주는 것은 노멀한 표현이다. 공포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경지는 보여주지 않고 무섭게 하는 것과 어떤 존재가 나온 후부터 얼마나 유지하는지 이다. 이른바 ‘갑툭튀’로 짧게 보여주는 것은 안정적이다. 많이 보여주는 것이 덜 보여주는 것보다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관객들과 싸움을 해 보고 싶었다. 서로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말이다. 텐션을 늘려보고 싶었다. 반응을 보니 어느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 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 제공|쇼박스

Q. 지금은 해결이 됐지만, 곤지암 정신병원 소유주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이 걸리기도 했다.

제작을 하면서 접촉을 하려고 수소문을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영화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가 왔고, 제작사에서 법적인 자문을 구했다. 예고편을 공개 했을 즈음에 연락이 왔다. 그동안 그 분도 제작되는 것을 몰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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