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아(왼쪽)와 고예림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전에는 동료였지만 지금은 이겨야 하는 상대죠. 우리가 이겨야 하는 게 분명한데 철저하게 준비해서 도로공사 잡으러 가겠습니다."

김희진(27)은 지난 시즌까지 동료였던 박정아(25, 한국도로공사)를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다. 지난해까지는 팀 우승을 위해 힘을 뭉쳤던 동료였다. 그러나 현재는 우승 컵을 놓고 이겨야 하는 상대가 됐다.

IBK기업은행이 6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IBK기업은행은 21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0(25-19 25-17 26-24)으로 완파했다.

3전2선승제로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은 2승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우승을 놓고 겨루는 상대는 도로공사다.

도로공사는 지난 2013~2014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당시 도로공사에는 미국 국가 대표 공격수인 니콜 포솃(32)이 버티고 있었다. 팀 창단 이후 첫 프로 리그 우승에 도전했던 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에 발목이 잡혔다.

올 시즌 21승 9패 승점 62점으로 정규 리그에서 우승한 도로공사는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2위 IBK기업은행(21승 9패 승점 61점)과 승점 차는 불과 1점이었다.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의 끈질긴 추격에 고전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체력적으로 볼 때 도로공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 감각과 큰 경기에서 강한 점은 IBK기업은행의 장점이다.

▲ 2016~2017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을 우승으로 이끈 김희진(왼쪽)과 박정아 ⓒ 곽혜미 기자

친정팀 떠난 이적생들, 챔피언 결정전의 키플레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 선수 구성은 대폭 바뀌었다. 팀 창단 멤버로 김희진, 외국인 선수와 삼각편대를 형성했던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떠났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38)는 코트를 떠났고 리베로 남지연(35)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채선아(26, KGC인삼공사)가 떠나며 IBK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는 김희진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의 주전 자리를 꿰찬 이는 도로공사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세터 이고은(23)과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미연(25)은 2016년 도로공사에서 IBK기업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도로공사에서 백업 멤버로 뛰었던 이들은 IBK기업은행 주전으로 성장했다.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고예림(24)이 보상 선수로 IBK기업은행에 들어왔다. 이들은 박정아와 베테랑 선수들이 떠난 IBK기업은행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도로공사에서 온 선수 3명이 지금 우리 팀에서 뛰고 있다"며 "그 선수들은 그 팀(도로공사)에서 풀타임으로 뛴 적이 없다. 백업으로 뛰던 선수들인데 일부러 자극을 주는 말도 한다"고 설명했다.

▲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에서 블로킹하는 김미연(뒤)과 김희진(앞) ⓒ 한희재 기자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의 키플레이어는 살림꾼인 고예림이었다. 그는 2차전에서 상대의 예리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현대건설은 2차전을 잡았다.

2차전의 자극 때문이었는지 고예림은 3차전에서 모든 플레이에 집중했다. 또 이 경기의 숨은 주역은 김미연이었다. 그는 블로킹 득점 2점이 포함된 8점을 올렸고 수비와 리시브에서 선전했다.

이고은은 3세트 승부처에서 코트에 등장했다. 그는 23-23에서 결정적인 서브 득점을 올렸고 염혜선이 흔들릴 때 자신의 소임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은 친정팀인 도로공사를 만난다. 김미연은 "평소에는 오전에 리시브 연습만 하는데 이번에는 블로킹 연습도 했다"고 말했다. 친정팀 도로공사는 만나는 소감에 대해서는 "올 시즌 도로공사가 치고 나가면서 붙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IBK기업은행에서 두 시즌을 보낸 만큼 도로공사가 친정팀이라기보다 상대 팀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친정팀 상대하는 박정아, 든든한 동료들의 지원이 장점

박정아를 영입한 도로공사는 팀의 숙원인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나선다. 박정아는 올 시즌 득점 8위(478점) 공격성공률 9위(35.25%)에 올랐다. 도로공사가 올 시즌 팀 득점 1위 공격성공률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인은 이바나 네소비치(30)를 받쳐줄 박정아라는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박정아를 잃은 IBK기업은행은 메디의 공격 비중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높아졌다.

▲ 2016~2017 시즌과 비교해 박정아가 떠나면서 공격 비중이 많아진 메디(가운데) ⓒ 한희재 기자

이와 비교해 도로공사는 공격 루트가 다양하다. 배유나(28)와 정대영(35)이 버티고 있는 중앙 속공은 위력적이다. 배유나와 정대영은 올 시즌 속공 부문에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메디는 2017~2018 시즌 총 득점이 742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그는 852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110점이 늘어났다. IBK기업은행의 강력한 무기였던 삼각편대도 없어졌다.

박정아는 든든한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친정팀을 상대한다. IBK기업은행은 과거 도로공사에서 백업 멤버로 뛴 3명의 선수가 한층 성장해 친정팀을 만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여자부는 선수들이 팀 이동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사된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오는 23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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