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패배에 아쉬워하고 있는 한화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한화는 국가 대표 테이블세터에 간판 타자 김태균, 주전 포수 최재훈 등 지난해 우승 팀 KIA에 못지않은 타선을 갖췄다.

그런데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전망에선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이유는 투수진. 외국인 투수 둘을 제외한 국내 투수들이 모두 물음표다. 김재영부터 송은범까지, 37세 배영수를 제외하면 단 한 명도 풀타임을 치른 적이 없다. 지난 시즌 20승 투수이자 최우수선수인 양현종이 버티는 KIA에 열세로 꼽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수 년 동안 김인식 감독에 이어 김응룡 김성근 등 야구계에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치른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간 한화는 성적을 내기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굵직한 경력을 자랑했던 외국인 투수들 또는 외부 FA에서 영입한 베테랑들에게 의존했다. 그 결과 유망주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어쩌다 잡은 기회에선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한 한화 투수는 "못 던지면 2군에 내려가 다신 못 올라올 것이라는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 그래서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2016년을 떠올렸다. 아마추어를 평정했던 조지훈 황영국 등은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

게다가 그나마 있던 투수들마저 관리 밖에 놓이면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많았다. 2014년 아시안게임 국가 대표를 지냈던 이태양은 팔꿈치를 수술했고 특급 신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민우도 어깨 부상이 생겼다. 두 선수는 수술하기 전보다 현재 구속이 떨어진 상태다. 상무에서 돌아와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혁민은 어깨와 손목 통증으로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를 2군에서 보냈다.

반대로 KIA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마운드를 건설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조범현 선동렬 등 KIA를 거쳤던 감독들의 인내심 아래에서 자랐다.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들로 이루어진 든든한 3선발이 있어 기대주들이 4선발과 5선발로 기회를 받았다. 김기태 KIA 감독은 특정 선수를 정하면 확실하게 밀었다. 한화에서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었던 임기영은 한국시리즈 승리투수를 넘어 국가 대표가 됐다. 그는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믿어 주신 감독님께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또 KIA는 미래를 바라보고 입대 시기를 치밀하게 조율했다. 홍건희 임기준 정용운 등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KIA 우승에 힘을 보탰던 젊은 투수들은 모두 병역을 해결했다. 상무와 경찰청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문경찬 박정수 이종석 등은 올 시즌 선발 후보로도 거론된다.

올 시즌 육성을 목표로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 체제에서 한화의 변화는 눈에 띈다. 한 감독은 일부 젊은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밀어 주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10점을 준 김재영에게 "네 공을 던지면 (선발진에서) 빼지 않겠다"는 말로 가르침을 줬다. 지난날과 달리 조바심도 없다. 팀 내 최고 기대주인 김범수가 재활을 끝내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감독은 '조심 또 조심'이다. "김범수를 쓰고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혹시나 내 욕심이 그르친 결과를 낳을까 조심스럽다"고 했다.

송진우 투수 코치는 "올 시즌은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많이 받을 것이다. 모두 능력 있는 투수들이니 자신감 있게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며 분발을 촉구하면서 "미래를 위해 관리도 세심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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