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궁지에 몰렸을 때 강세를 보이는 타자가 진짜 강타자다. 2스트라이크 이후 어떤 성적을 남겼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트랙맨 시스템 힘을 빌어 2스트라이크 이후 구종별 강타자들을 찾아봤다. 좋은 타자라면 궁지에 몰리더라도 한두 가지 구종에선 강세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데이터를 종합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똑같은 이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여고괴담'을 보는 것처럼.
주인공은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2스트라이크 이후 거의 모든 구종에서 톱 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궁지에 몰아넣고 어떤 공을 던져도 효율적인 대응을 했다는 뜻이다.
우선 패스트볼. 박용택은 우리 나이로 마흔이 넘은 선수다. 하지만 그의 순발력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 승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김선빈(.369)이다. 박용택은 3할4푼2리의 타율로 3위에 랭크됐다. 투수가 힘으로 눌러 보려 했다간 화를 당할 수 있는 수준의 타율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좌타자를 잡는 대표적인 구종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좌타자가 나왔을 때 좌완 원 포인트로 올라오는 투수들은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슬라이더가 주 무기다.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로 범타나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용택에겐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박용택은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승부 타율에서 3할4푼3리로 1위에 올라 있다. 좌투수가 좌타자를 잡는 가장 고전적이자 기본적인 방법에 강세를 보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용택은 좌타자가 던지는 슬라이더 타율이 3할2푼8리로 높다. 2스트라이크 이후엔 더욱 집중력이 높아지며 성적도 동반 상승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을 써 보자니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좌투수의 바깥쪽 슬라이더가 안 통하면 우투수가 바깥쪽으로 체인지업을 떨어트리는 방법이 있다. 체인지업이 좋은 우투수가 있으면 좌타자 상대 위기에서도 잘 바꾸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박용택은 여기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 체인지업 승부에서 가장 강했던 건 윤석민(kt)이다. 박용택은 이 랭킹에서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좌투수들이 좌타자에겐 체인지업을 잘 안 던지는 점을 고려하면 우투수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체인지업 승부에서 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용택은 이 외 구종들에서도 2스트라이크 이후 모두 강세를 보였다.
커브 승부에선 8위에 이름을 올렸고,
스플리터를 상대로는 9위에 랭크됐다. 사실상 거의 전 구종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걸 알 수 있는 수치다.
박용택은 장점이 도드라진 타자라기 보다 약점을 줄여 가는 유형의 타자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직 아주 많은 것들이 '미정'인 LG에서 여전히 가장 확실한 카드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던질 데가 없다"는 한탄은 박용택 같은 타자를 앞에 두고 썼을 때 가장 잘 와닿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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