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김태홍 기자] 한국도로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세 명의 살림꾼이 운명의 결전을 눈앞에 뒀다.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텐포드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남녀부 6개 구단의 감독과 대표 선수가 참여했다. 이날 감독과 동행한 선수는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나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포지션인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였다.

▲ 2017~2018 시즌 도드람 프로배구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문정원(가운데) 황민경(왼쪽) 고예림 ⓒ 상암동, 곽혜미 기자

특히 여자부의 경우 과거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세 명의 선수가 만났다. 올 시즌 정규 리그 우승 팀 한국도로공사의 문정원(26)과 2위IBK기업은행의 고예림(24) 3위 현대건설의 황민경(28)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도로공사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맏언니인 황민경은 2008년 입단했고 문정원은 2011년, 고예림은 2013년에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문정원은 도로공사에서만 7년간 뛰고 있다. 황민경은 2016년 GS칼텍스로 이적했고 지난해에는 현대건설에 새 둥지를 꾸렸다. 고예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보상 선수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 황민경이 팀을 옮기기 전까지 이들은 도로공사에서 활약했다. 세 선수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모두 키가 180cm가 안 된다는 점이다. 고예림은 177cm이고 황민경과 문정원은 174cm다. 공격수로 작은 키인 이들은 리시브와 수비에 집중했다. 황민경과 고예림은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로 성장했다. 왼손잡이인 문정원은 라이트로 기용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바나가 아포짓스파이커(라이트)로 뛰고 문정원은 도로공사의 리시브와 수비를 책임진다.

중요한 경기는 사소한 실책과 수비 싸움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에서 궂은일을 책임진 선수들의 비중이 커진다. 안정된 리시브가 이루어질 때 팀 공격은 한층 다양해진다. 또한 승부처에서 나오는 좋은 디그는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큰 힘이 된다.

▲ 문정원 ⓒ 상암동, 곽혜미 기자

승부의 열쇠를 쥔 세 명의 선수는 미디어데이에서 만났다. 문정원은 "우리 팀의 장점은 조직력이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수비가 좋다. 이 자리에 나온 세 명 모두 수비에 강한 선수들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기록에서 나타난 최고의 수비형 공격수는 문정원이다. 그는 리시브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수비 4위 디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민경은 리시브 4위, 수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예림은 리시브 9위에 올랐다.

도로공사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는 데 문정원이 보탠 힘은 매우 크다.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는 물론 박정아 배유나 정대영 등이 돋보일 수 있었던 원인은 궂은일을 해낸 문정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민경과 고예림은 서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민경은 "우리 팀은 블로킹이 좋다. 서브로 먼저 상대 리시브를 흔든 뒤 블로킹을 노리면 재미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예림은 "언니들이 모두 리시브를 잘하기에 우리 팀은 서브로 언니들의 리시브를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 시즌에서 우승한 도로공사는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문정원은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이 펼치는 플레이오프 승자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이 펼치는 플레이오프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

두 팀의 살림꾼인 고예림과 황민경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유리하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엘리자베스가 이달 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해결사를 잃은 현대건설은 6연패에 빠지며 정규 리그를 마쳤다.

급하게 영입한 새 외국인 선수 소냐는 아직 이도희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에는 한방을 결정지어줄 선수가 없는데 황연주와 소냐가 이 일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 프로배구 V리그 우승 트로피에 손을 얹고 있는 문정원(가운데) 황민경(왼쪽) 고예림 ⓒ 상암동, 곽혜미 기자

반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인 메디슨 리쉘(이하 메디)이 건재하다. 큰 경기에서 이겨본 경험이 많은 점도 IBK기업은행의 장점이다. 그러나 고예림을 비롯한 리시브 라인이 무너지면 의외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고예림이 포스트시즌에서 많이 터져줬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메디와 김희진을 보유한 IBK기업은행이 고예림마저 살아날 경우 플레이오프는 일찍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어제의 동료였던 세 선수는 팀 우승의 열쇠를 쥐고 경쟁에 나선다. 17일 1차전이 열리는 여자부 플레이오프는 3전2선승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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