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라진 밤'에 출연한 배우 김강우.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사라진 밤’은 배우 김강우의 호흡으로 움직인다.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비밀 아닌 비밀이 밝혀진, 이미 시작부터 악인이라는 설정이 깔려 있는 캐릭터지만,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와 함께 긴장하는 것은 김강우가 맡은 진한의 정서를 영화가 따라가는 이유다.

결국 영화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은 진한이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 관객들이 진한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고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하면 영화는 그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고 지루해 질 수밖에 없었다.

김강우는 ‘사라진 밤’에서 악역이지만 연민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 의도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김강우 역시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박진한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탐나는 역할이지만, 좋으면서도 부담을 느끼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극 전체를 끌어가야 한다는 것, 매 순간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상대에 따라 다른, 그것도 극에 달해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연기를 하면서 부담스러운 지점들이었다.

선택 역시 쉽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 그 긴장감을 얼마나 유지하냐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럼에도 선택한 것은 이창희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창희 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를 보고, ‘사라진 밤’ 역시 잘 만들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이하 김강우와 나눈 일문일답.

Q. 영화를 보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진한은 왜 설희와 결혼을 했냐는 것이다.

김희애 선배는 항상 ‘사랑하는 사이야’라고 말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하하. 재능이 있는 사람 주변에는 그 재능을 따라 오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있다. 더 큰 꿈을 실현 시켜주기 위한 조력자다. 진한에게 설희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설희 역시 괜찮은 남편만 있다면 모든 것이 완벽해 진다. 진한은 설희가 더 큰 꿈을 실현시켜줄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영화 '사라진 밤'에 출연한 배우 김강우.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Q. 그런 여자였는데, 결국 살해를 했다.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진한은 10년동안 행복하지 않다는, 이 삶에서 탈피하고 싶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행을 하고 계획을 하게 된 시발점은 혜진의 젊은 육체, 사랑이 아니다. 혜진이 꿈을 자극했다. 더 큰 욕망을 건들인 것이다.

Q. 진한은 악역이지만 연민이 느껴져야 했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진한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진한의 말과 행동, 위기에 처했을 때 반응을 본다.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선을 과하게 갈수도 없었고, 거짓말을 하면서 너무 뻔뻔하게 할 수도 없었다. 매 신, 매 컷 유지해야 하는 감정이 있었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계산을 많이 했다.

Q. 카메라 구도에 따라 표정이나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한은 혼자다. 다수와 마주 했을 때, 중식(김상경)과 단 둘이 마주 했을 때, 혼자 있을 때 등 나눠서 호흡을 줘야 했다. 아내를 죽였고, 그 시체가 사라졌다. 진한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다. 굉장히 긴장을 했겠지만 상대에 따라 다른 호흡이 나와야 했고, 다 나눠서 연기를 했다.

Q. 시체 보관실에 혼자 있을 때는 생각보다 공포를 느끼지 않더라.

공포를 넘어선 것 같다. 시체 보관소의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설희가 어디에 있고, 살아 있다고 믿고 있다. 없어졌다고 말하는 순간 설희를 찾고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 뿐일 것이다.

Q. 과도하게 쓴 호흡이 영화의 긴장을 높인 효과를 가져왔다.

사실 위험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다. 너무 과하면 관객이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까지 내가 주는 것이 된다. 그러면 재미가 없다. 더 이상 진한을 따라 갈수 없다. 내가 다 주는 것이 좋은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어느 순간은 내 생각보다 호흡을 맞이 줬을 때 숨이 턱 막힐 것이다.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있어야 했다.

▲ 영화 '사라진 밤'에 출연한 배우 김강우.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명확한 부분이 있다. 지금 내가 선택한 두 작품을 보면 ‘사라진 밤’은 작품만 봤고, 지금 방송중인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는 캐릭터만 봤다. 다른 것 보다 우선 기준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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