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조금 심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은은한 향과 재료 고유의 맛은 속을 편안하게 만든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비주얼과 음향 효과가 담긴 작품은 눈과 귀를 홀린다. 영화의 내용보다 장면 장면이 남긴 파편으로 기억된다. 허를 찌르는 대사는 영화의 스토리보다 먼저 기억나기도 한다. 이는 그 작품만의 매력이다.

반면 다른 매력을 지난 작품도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그렇다. 영화를 통해 느껴지는 눈의 촉감, 새싹이 돋아 나는 소리, 싱그러운 여름의 향기, 익어가는 벼들 사이로 느껴지는 바람까지 단숨에 알아차리기는 힘들지만 은은하게, 또 은근하게 풍겨온다.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계절에 조금 더 민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영화 속 계절의 향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임 감독이 말한 그 이유였다. 옷만 바뀌는 도시의 계절과 온 몸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시골의 계절 변화는 분명히 달랐다.

“계절이 넘어가는 것이 오버랩 되긴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이 느껴진다. 시골은 미세하게 아침, 저녁이 다르다. 계절의 변별력을 신경 썼다. 갈대와 봄꽃, 청개구리 등 그 계절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1년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실제 그 계절에 촬영을 진행했고, 네 번의 크랭크 인과 네 번의 크랭크 업을 거친 후 비로소 영화가 완성됐다. 분명 의도한 부분이 있었고, 잘 표현됐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평범한 시골,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다. 사과가 열리는 시기, 벼가 익어가는 시가, 밤, 감이 열리는 날 등 극에 필요한 장면이 있다. 그 조건에 맞는 날짜를 기준으로 촬영을 잡아야 한다. 그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실제로 모든 촬영 준비를 끝내놓고 눈이 오길 기다리기도 했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혜원은 도시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온다. 물론 오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아니었다. 짧은 휴식 정도로 생각을 했지만, 고향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마음의 허기와 함께 자신이 가진 결핍을 채워가는 혜원을 보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혜원은 지쳤다. 몇일만 있다가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한 계절만 더 하다가 1년이 지난다. 시골의 봄은 유혹적이다. 새로운 것이 나오고 씨를 뿌리고 싶어진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면서 음식을 통해 엄마에 대한 기억이자 상처를 치유하고, 조금 더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렇게 혜원은 치유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간다. 물론 과거와 같은 일상 일수도 있지만, 마음이 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왔던 혜원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났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굴뚝에 연기가 나는 보통의 어느 날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혜원은 시골에 정착을 했을까. 임순례 감독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계속 살수도 있고, 잠시 머물다가 도시로 가서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다. 엄마가 돌아와 혜원이 떠날 수도 있다. 혜원이 시골에 계속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이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 삶의 방향, 내적인 힘을 얻어서 이후에는 ‘어디에 살든 이전 보다는 조금 더 잘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느낌이면 좋을 것 같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을 미화했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귀농 독려 영화가 아니냐’는 눈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고충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지만, 영화의 중심은 그것이 아닌 이유다.

“만약 재하(류준열)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면, 문제점도 넣었을 것이다. 농촌의 여러 면이 잇지만 그것을 모르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다. ‘예쁘다’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없던 귀농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리틀 포레스트’ 이후 다른 장소, 그러니까 농촌 버전의 ‘리플 포레스트’를 볼 수 없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단호하게 “2편은 없다”고 답했다. 조금 다른 속편이 궁금했다.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혜원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속편이나 바닷가 어촌편 만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2편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10년, 20년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고 물으니, ‘만들고 싶다’까지는 아니지만, 단칼에 ‘안 만들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은 관객들이 “아무것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굳이 느낄 필요는 없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본다면 몸과 마음에 그 어떤 편안함이 스며드는 것이라고 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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