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순례 감독.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은영 기자] 영화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여성 영화인들이 뭉쳤다. 모두 한목소리로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외쳤다. 

12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와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센터 든든의 센터장인 임순례 감독은 "그동안 한국 영화계 내 저희도 깜짝 놀랄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이 일어났다"며 "이 환경에 노출돼 소리 없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떠나갔던 여성 영화인들, 피해자분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감독은 또 "현장에 있는 여성 동료들이 더 이상 (성폭력)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꼼꼼히 살필 것"이라면서 "입문하려는 예비 영화인들이 이러한 환경으로 영화를 포기하게 되지 않기를 유념해서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는 영화계 내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영화계 성폭력/성희롱 관련 법·정책 현황 파악, 영화인의 성평등 인식 및 영화계 내 성폭력 실태 조사 및 분석, 영화계 내 성폭력 예방·구제책 및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정잭과제 제언으로 이뤄졌다.

이날 연구책임자인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749명)의 46.1%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이 61.5%, 남성이 17.2%로 여성의 피해 비율이 매우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피해 호소 시 가해자가 확실히 처벌받고, 피해자가 적절히 보호받는 ‘좋은 선례’들이 필요 ▲정기적인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와 성희롱 예방교육 보급 및 확산, 영화계 내 독립기관 설치 등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영화계 내 성차별적인 관행을 시정하고, 성평등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함 ▲성폭력/성희롱 문제에 대해 영화인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 및 시스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센터 든든의 심재명 센터장의 진행으로 영화배우 문소리, 영화감독 남순아, 문화체육관광부 임성환 영상콘텐츠산업과장,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 법무법인(유)원 원민경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센터 든든의 개소를 지지하고 인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문소리. 제공|메타플레이

배우 문소리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였거나 아니면 암묵적 동조자였다. 영화인 전체가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센터 든든이 개소한다는 소식은 정말로 반가웠다. 등불이 필요한 시기에 개소한다는 소식이 반가웠다”며 “이 든든이 개소함으로서 한국 영화계 내 성평등한 문화를 빨리 정착시키고 성폭력 피해들이 근절됐으면 한다. 저 또한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남선아 감독은 “변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합의돼야 한다. 추상적 합의가 아니라 무엇을 폭력이라 생각하는지, 평등 감수성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권력을 부여하지 않으면 제도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며 “여성들의 울부짖음을 받아 안으려는 적극적 자세는 페미니스트들에게 권력을 줘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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