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환절기'에 출연한 배우 이원근.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환절기’는 조금 독특한 작품이다. 남자와 남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여자가 있다. 남자와 남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여자는 그 남자의 엄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의 아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후에야 아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 아들의 남자로부터 말이다.

이들은 영화 제목처럼 저마다 다른 환절기를 겪는다. 각자 느끼는 계절이 다른 것처럼 환절기를 겪는 모습도, 그 후 변화는 모습도 모두 다르다. 그렇게 환절기를 겪은 뒤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미세하게 찾아오는 환절기만큼, 딱 그만큼 변화된 삶이다.

이원근은 ‘환절기’에서 두 명의 남자 중 용준 역을 맡았다. 수현의 친구로 힘든 일을 겪은 뒤 수현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용준은 수현 엄마의 따뜻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

용준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아픔을 지닌 소년이다. 이원근은 이런 용준을 조금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자신만의 용준을 만들어 나갔다.

“보통 사람은 상처가 나면 그 위로 새 살이 돋고 아문다. 하지만 용준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더 깊어지거나 주변으로 번진다.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의지 할 곳이 없는 것이다.”

▲ 영화 '환절기'에 출연한 배우 이원근. 사진|곽혜미 기자

용준을 잡아가는데 있어서 남들과 다름에 집중했다.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하다가 말투부터 잡아 나갔다. “보통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았다면, 말 속도부터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먼저 말 속도를 늦췄다. 감독님이 어느 날 ‘어미 뒤를 흐리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 해 주셨다. 용준은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펼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용준에게 접근해 나갔다.”

최근 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쾌활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황보율 역을 맡은 이원근은 ‘환절기’ 속 용준이 자신과 조금 더 닮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애교가 많은 황보율과는 실제로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낯가림도 심하다. 기본적으로 용준이 외로운 것처럼 나 역시도 외롭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외로움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한 황보율 보다는 용준과 닮은 것 같다.”

‘환절기’에서 이원근은 조금 다른 감정을 연기했다. 퀴어 영화인 것과 맞닿아 있다. “용준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에 대한 질문에 “특별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영화에서 동성애가 묘사되지만 보통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연애를 할 때 성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상대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심을 갖고 다가간다. 그것들만 고민했다. 인물이 동성애자라고 해서 특정한 행동이나 표현 방식을 고민하지는 않았다.”

▲ 영화 '환절기'에 출연한 배우 이원근. 사진|곽혜미 기자

영화 ‘환절기’는 결국 서로 다른 계절을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 다른 환절기를 겪고 그 계절을 지나 또 각자 다른 계절을 걷고 있다. 이원근은 일상 생활을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계절을 느낀 적이 있을까. 특별한 계절 보다는, 다른 감정,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느낀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상처 받은 적도 있었다.

“다른 계절은 잘 모르겠고, 내 편이라고 생각 했는데, 아닌 적이 있었다.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그럴 성격도 아니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아닌 것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그럴 때는 마음이 많이 힘들기도 했다.”

한편 ‘환절기’는 마음의 계절이 바뀌는 순간, 서로의 마음을 두드린 세 사람의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자 극장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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