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1987’에 등장하는 인물 중 연희(김태리)는 가장 대중과 가까운 시선을 지녔다. 많은 이들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등장하고 사라지는 와중에 연희는 마지막까지 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연희는 관객의 눈을 대변하는 듯 하다.

주요 배역들 중 몇 안 되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허구의 인물이자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이들이 바로 연희다. 그런 의미로 연희는 그 시대를 살았던 대중의 눈을 하고 있고, 관객들의 눈을 대변하고, 관객과 가장 가까운 시선을 지닌다.

‘1987’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1990년 생인 김태리는 그 시절을 알지 못했다. 출연 전 대략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현대사를 많이 공부하지 않은 세대”라고 표현했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그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연희를 연기한 김태리를 만났다. 자신이 맡은 연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 이하 김태리와 나눈 일문일답.

Q.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들었던 첫 생각이나 느낌이 궁금하다

제의까지는 아니었고, 시나리오를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만나보자고 해서 만나서 카메라 오디션을 봤다. 몇 일 뒤에 같이 하자고 했다. 그때는 시나리오만 봤던 상태였다. 확실함이 없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결정이 됐다. 오디션도 너무 편안하게 봤다. 너무 쉽게 흘러가는 상황들로 인해 불안함이 있었다.

Q. 작품에 합류 하기 전,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대략만 알고 있었다. 이한열 열사의 사진 등 정도다. 현대사를 깊게 공부하지 않은 세대였다. 자라서 학창시절에 공부하던 것 외에 자라서 읽는 현대사는 느낌이 색다른 것 같다. 우리 영화가 고증이 잘 돼 있다.

▲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한희재 기자

Q. 작품 자체가 박처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각자 자기의 일을 하고 빠지는 형식이다. 연희라는 캐릭터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했나.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인물이다. ‘자 봐라, 이거 당신 같지 않나’라는 느낌도 들고, 엔딩 장면을 보면서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 다양한 직업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연희는 평범하게 세상을 살고 있는, 조금은 용기가 없는, 조금은 소심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Q. 연희는 초반과 후반 감정이 달라진다.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달라진 것들이 있나.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부터 느낀 부분이 있다. 우리 영화 미덕은 어떤 실화를 그대로 풀어서 보여주고, ‘감동적이지 않아요?’라고 던져주고 끝내는, 감동을 강요하고 보고 배우라는 식의 영화가 아니다. 연희가 후반에 나와서 광장에 가득 찬 시민들을 바라볼 때 개인적으로는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도 예전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조금 더 갖게 된 것 같다.

Q. 연희가 버스 위로 오르는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마음이 어땠나.

시나리오에는 연희가 손을 올리는 것은 없었다. ‘연희가 한번 같이 따라 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감독님이 의견을 주셨다. 납득이 되지 않았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긴 했지만, 여러가지 버전으로 촬영을 했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로 보는데 납득이 가더라.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좋은 작품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기쁜 마음만 들진 않았을 것 같다.

그 감정은 ‘아가씨’ 때 가장 많이 들었다. ‘1987’은 ‘나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보다 좀 더 집중해서 했다. 잡생각 없이 집중해야 했다.

Q. 실제 김태리는 어떤 대학생이었나.

정신을 놓고 있었다. 하하. 집에도 안 들어가고 놀았다. 그렇다고 방황을 한 것은 아니다. 집에 안들어오니까 가족들이 날 학교에 신고하기도 했다. 하하

▲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한희재 기자

Q. 대중들이 이번 영화를 통해 어떤 모습을 봐 줬으면 하는가.

‘나는 이런 모습도 있어요’라고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아가씨’와 결이 비슷한 것 같다. 나와 반대되는 성향은 아니다.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면 또 열심히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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