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은 휴전 국가에 살고 있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눠져 있다. 휴전이라 함은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그런 상태를 의미한다. 영화 ‘강철비’는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 냉정하지만 따뜻한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영화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북한 1호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쿠데타 발생 직후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북한 1호와 함꼐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제 전쟁이 벌어진다면 ‘핵 전쟁’이다는 현실을 끌고 들어간다. 연출은 맡은 양우석 감독은 2006년, 북한에서 1차 핵 실험을 하고 난 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 전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남북한 문제, 북한과 북한 핵에 대해 정면이 아닌 회피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말이다.

영화 속 시각은 냉철하다. 현재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고,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게 노력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남한과 북한이 아니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무겁다. 영화가 상영되는 러닝타임 139분 내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그 무게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에 흐르는 분위기는 결코 무겁지 않다. 지금 당장 핵 폭탄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두 철우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식사를 한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것들은 다양한 요소가 있다. 영화에 속해 있는 요소가 배우들의 유연한 연기라고 하면, 지드래곤의 음악은 외적인 요소로 한 몫 한다.

▲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NEW

‘강철비’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배역의 이름과 설정 등이다. 북한에서 내려온 엄철우와 남한 상황을 잘 알고 전달하는 곽철우는 쌍둥이 같다. 서로 마주보고 있을 때 같은 행동을 한다. 엄철우는 오른손 잡이, 곽철우는 왼손 잡이라는 설정도 눈여겨볼 만 하다. 현직 대통령 이의성(김의성)과 차기 대통령 김경영(이경영)의 대립 역시 한 사람에서 나온 외적, 내적 갈등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영화가 결코 친절하지는 않다. 현 상황을 무지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관객을 끌고 가는 인물은 없다. 초반 영화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양우석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을 풀어서 해석해 줄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다. 그저 ‘강철비’가 개봉할 시기,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들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강철비’는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다. 가볍게 머리를 식히기 위해, 또는 연말에 가벼운 데이트 무비로는 부적합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 ‘변호인’ 처럼 ‘강철비’에서도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를 찾아 볼 수 있다. 1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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