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근이 배우와 가장으로서의 삶을 털어놨다. 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겸 래퍼 양동근(38)은 솔직했다. ‘생계형 배우’를 자처한 양동근은 담담하게 배우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털어놨다.

양동근은 최근 종영한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기획 박현석, 연출 선혜윤, 극본 박은정 최우주) 에서 로봇 박사 최고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보그맘’은 천재 로봇 개발자 최고봉 손에서 태어난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내이자 엄마인 보그맘(박한별 분)이 아들이 입학한 럭셔리 버킹검 유치원에 입성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양동근은 ‘뉴논스톱’이후 오랜만에 시트콤 연기에 도전했다. ‘구리구리’ 캐릭터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정극 위주로 출연했던 양동근은 “구리구리 캐릭터가 거슬릴 때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어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모든 포커스를 ‘일을 잘해야 된다’에서 ‘삶을 잘 살아야 된다’로 바꿨다”고 고백했다.

양동근은 “웃기는 것도 좋고 정극 연기도 할 수 있다. 그냥 받아야 들이기로 했다”며 “오히려 ‘보그맘’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표정 연기, 감정 연기, 코믹 연기 등 조금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고 밝혔다.

양동근의 이러한 변화에는 ‘가족’이 있었다. 과거에는 양동근의 삶이 중요했다. 인터뷰도 잘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사회성 약한 아이였다고 말한 그는 “어른들하고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 20대에는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고 그런 부분에서 피해 의식을 갖게 됐다. 방어적이었다. 제 자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혼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금은 자신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있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이 된 그에겐 ‘책임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작품을 선택 할 때도 과거에는 배우로서의 욕심이 컸지만,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양동근은 “지금은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 열어놓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든 주세요’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양동근이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표현했다. 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표현한 양동근은 “결혼 전에는 생계형 배우가 배우인가 싶었다. 지금은 생계형 배우의 위대함을 알았다. 예전에는 접근 자체를 예술가랍시고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생계를 위해서 연기를 한다”며 “어떻게 보면 선배들의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게 배우로서도 의미가 크다”고 고백했다.

양동근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촬영하면서 아내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아빠가 해야 되는 일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각하게 됐다. ‘보그맘’ 출연 당시에도 일주일에 이틀 진행되는 촬영 일정을 제외하면 온전히 육아에 투입됐다. 이렇다보니 래퍼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양동근은 음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저도 아빠로서 공격적인 하루, 치열한 하루를 보낸다. 가사를 쓰는 게 사치처럼 되어 버린 게 현실이다. 불 지르며 살겠다는 삶과 식솔을 어깨에 올리고 무게감을 갖고 사는 건 다르다”면서도 “새로 생긴 관점이 신기하기도 하다. 더 넓은 관점이 생겼고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힙합은 삶이다. 어떻게 보면 제 경험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언제 음반이 나올지 모른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물론 배우이자 래퍼인 양동근과 가장 양동근의 내면이 충돌할 때도 있다. 양동근은 “사람들이 만족하냐고, 행복하냐고 묻는다. 혼자 일 때와 수장이 된 지금의 척도는 다르다. 말해줘도 모를 거다. 이건 해 봐야 안다. 제 삶은 치열해지고 처절해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하다. 극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찾아가는 행복이 있다. 비극 속에서 찾아내는 한줄기 희망이 있다. 그 한줄기 빛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 양동근이 데뷔 30주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양동근은 어느새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아역배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오면서 이 일을 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연예인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보호받아야 할 때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했고, 온전히 자신을 지키는 것도 어려웠다. 때로는 다른 일을 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물론 객관적으로 따지면 즐길 수 없다. 하지만 즐기게 되어가는 것이 인생의 아름다움 아닌가 싶다”며 “데뷔 30주년이라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어떻게 잘 내려갈까를 생각해야 된다”고 털어놨다.

양동근은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연기에 대해서도 쉽게 정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직업에 대한 숭고함을 느낀다”며 “이게 천직인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양동근은 “이상향이나 어떤 바람은 모두 버렸다”며 “최고의 가치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 래퍼, 가장 양동근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릴 때부터 남자 배우는 40대부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의 30년을 기다린 건가요? 이제 시작입니다. 어떻게 보면 30년을 기다려온 거예요. 워밍업 30년이죠. 배우로서는 지금 시작입니다. 어릴 때는 뭔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싸웠지만 인생은 예측이 안 됩니다. 어떤 배우로 살지, 어떤 아빠의 모습으로 살지 예측할 수 없어요. 다만 흘러가는 대로, 만들어지는 대로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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