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현민이 '마녀의 법정'이 끝난 뒤 겁이 났다고 밝혔다. 제공|제이에스픽쳐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가장 무서운 게 ‘익숙해지는 것’이에요. 작품을 하고 연기를 할 때, 알게 모르게 제 안의 ‘익숙함’이 생기더라고요. ‘마녀의 법정’이 끝나고 나서도 겁이 났어요.”

윤현민(32)은 솔직했다. 별다른 탈 없이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 연출 백상훈)을 끝냈지만 자신 안에 자리하고 있던 ‘익숙함’이 무서워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고 했다. 그건 ‘배우수업’이라는 책을 꺼내 들고 자신을 다잡는 행동이었다.

윤현민은 “운이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반기 종영한 OCN ‘터널’, 그리고 최근 종영한 ‘마녀의 법정’까지 두 작품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터널’이 잘 됐을 때는 힘들게 촬영했던 것을 결과로 보상받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마녀의 법정’까지 잘 되고 나니까, 내가 가진 실력이라기보다는 운까지 따라줬다는 생각이 크게 들더라”고 털어놨다.

윤현민은 이어 “자꾸만 감사한 일들이 일어나니까 한편으로 겁이 나더라.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며 “‘배우수업’이라는 책을 다시 펴들었다”고 했다. 그를 자극한 것 중 하나는 청룡영화제에서 모두를 울컥하게 한 진선규의 수상소감이다. 윤현민은 진선규를 언급하며 “저렇게 내던질 수 있는 용기와 순수함이 좋더라. 선배의 눈빛이나 말투에 뒤통수를 맞았다. ‘마녀의 법정’ 촬영 중간이었는데, 끝나고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왜냐면 “알게 모르게 자신 안에 ‘익숙함’이 생겼기 때문”이다. 윤현민은 “더 고민하고 연기했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저렇게 보이겠지’라는 1차원적인 생각으로만 끝나고 연기를 했던 지점이 있다. 대부분 잠을 못 자거나 몸이 지쳐있을 때”라며 “인간이다 보니까 당연히 지칠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스태프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또 그렇게 연기를 했다는 게 아쉽더라. 집에 와서 모니터를 하면 티가 다 난다. 자책감이 들었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 다시 공부하고자 책을 꺼냈다”고 했다.

▲ 윤현민. 제공|제이에스픽쳐스

연기적인 부분 외 윤현민이 또 겁이 났던 순간이 있다. ‘마녀의 법정’이 다뤘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드라마의 주요 무대가 여성아동범죄전담부다. 이 때문에 수많은 피해자가 등장했고,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래서 윤현민은 “겁이 났다.”

“5회는 여진욱의 회차였죠. 의사였던 여진욱이 검사가 되는 이유를 다 표현해야 하는 회였거든요. 그때 아동 사건을 다루는데 많이 부담됐어요. 저조차도 읽고 나서 화가 나고 아팠어요. 그래서 걱정이 됐죠. 시청자들이 이 사건을 마주하고 너무 기분 나빠하면 어떻게 하나. 제작진이 이런 사건까지 담아도 되는 거냐는 말이 나올까 봐요.”

그러면서 해당 장면을 찍을 때, PD도 눈물을 훔쳤다고 덧붙였다. 5회 분량을 찍기 전, 사건에 대해 PD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윤현민은 “저한테 말씀은 안 하셨지만, PD님 입장에서도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키운 자식도 있고, PD님도 그걸 찍어내야 한다는 게 속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현민은 그럼에도 잘 버텨냈다. 겁이 나도 도망가지 않고 ‘마녀의 법정’을 끝까지 이끌었다. 그리고 한 뼘 성장했다. 윤현민 또한 자신의 성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전에는 성범죄 사건을 그저 사건으로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가해자가 어떻게 처벌받게 되는 거고 왜 형량은 이것밖에 안 되는 건지에 대한 ‘내 생각’이 나타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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