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기억의 밤’은 어떤 이에게는 잊을 수 없는, 어떤 이에게는 잊어야만 하는 ‘그날 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은 이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를 놓아줄 수 없다. 그렇게 기억을 물고 늘어진다.

‘기억의 밤’은 장항준 감독의 소소한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3년 전 서울 합정동의 작은 술집에서 지인들의 대화에서 상상력은 풀가동 됐다.

“집을 나간 형이 가출 10여 일 만에 돌아오는데,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와 생활하는 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이 남자는 우리 형이 아니다.”

장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이 밑도 끝도 없는 발칙하고 무책임한 상상은 푸른 곰팡이 포자처럼 흩날리던 공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며 작은 세포 동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의 계절이 바뀌던 어느 날, 그 생명체는 내 앞에 서서 나에게 묻는다. ‘내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상상에서 끝날 수도 있었고, 그저 그런 스릴러 한편이 나왔을 수도 있다. 납치 당한 형이 19일만에 돌아왔는데, 다른 사람 같다. 사실은 성형을 한 다른 사람이었다던지, 교묘하게 형을 닮은 사람이 형을 흉내 낸 것이었다는 뻔한 상상도 있다. 또는 눈에 뻔하게 보이는, 동생의 과대망상이 극에 달했다는 설정 등 말이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가족 붕괴와 연결 시켰다. 영화의 배경인 1997년 IMF 사태가 벌어졌고, 많은 가족들이 무너졌다. 어떤 이의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었고, 말도 안되게 은행이 망했다. ‘돈’ 때문에 가족들은 흩어졌고,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이는 곧 내 존재, 내 자신의 붕괴를 의미했다.

장 감독에 따르면 ‘기억의 밤’은 시간을 잃어버린 진석과 청춘을 잃어버린 유석의 비극적 이야기다. 진석과 유석,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끈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기억의 밤’은 먹기 좋은 스릴러로 포장된 두 남자의 비극이다.

▲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