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온도' 메인 커플 양세종(왼쪽), 서현진. 제공|SBS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사랑의 온도’는 끝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감정선들을 손쉽게 풀어버린 탓이다. 극 중 대사처럼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다’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후반부 뒷심이 너무나 부족했다. 

21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 연출 남건)는 사랑을 인지하는 타이밍이 달랐던 여자 이현수(서현진 분)와 남자 온정선(양세종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두 사람은 얽히고설킨 6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가까스로 사랑의 온도를 맞췄다.

이현수와 온정선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닝 동호회에서 만난 이현수와 온정선은 서로에게 ‘끌림’을 느꼈다. 온정선은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첫 만남에 사귀자고 묻기도 하고, 이현수의 곁에서 조용히 위로하며 사랑을 고백했다. 반면 이현수에게는 여섯 살이나 어린 남자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는 현재의 최우선인 일을 택했다.

두 사람은 어긋난 채로 5년의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의 헤어짐, 그리고 만나지 못했던 5년의 시간은 큰 문제가 없었다. 이 시간 동안 사랑을 확인했고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세웠다. 여기까지 흐르는 ‘사랑의 온도’ 초반부는 주인공 이현수, 온정선의 감정과 마음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사랑의 온도'에서 박정우를 연기한 김재욱. 제공|SBS

문제는 이현수를 사랑하는 박정우(김재욱 분)의 마음이 개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정우는 이현수 곁을 맴돌며 그를 지켰다. 사랑을 고백했다가 한 번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이현수와 온정선의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보곤 두 사람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두 사람을 지키고 따뜻하게 품었던 박정우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받은 것 없이 주고, 그럼에도 인정받지 못한 박정우이기에 가능한 전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저 투정에 지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특히 박정우 때문에 이현수와 온정선이 정말로 흔들리며 또다시 어긋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이현수와 온정선에게 찾아왔던 갈등들은 지금까지처럼 충분히 믿고, 대화하며 풀어나갈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오히려 커다란 문제처럼 불어나 버렸다. 

두 사람의 갈등을 풀어버리는 과정도 손쉬웠다. 두 사람이 갈등을 빚었던 과정, 그리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지 못했다. 특별한 사건 없이,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자아 성찰을 하고, 사랑을 되찾게 되는 전개는 불친절했다. 

이 과정에서 도드라졌던 것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황보경(이초희 분)과 김준하(지일주 분) 커플은 특별한 서사 없이 비중이 커졌고, ‘밀당’을 계속하던 최원준(심희섭 분)과 지홍아(조보아 분)의 이야기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지막 회는 이런 문제들을 그저 ‘결혼’과 ‘해피엔딩’으로 손쉽게 정리해버렸다. 전작 ‘닥터스’에서도 제기됐던 하명희 작가의 뒷심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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