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옥'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자신의 욕망을 한 여자에게 모두 바친 남자. 오랜 시간이 흘러 더이상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 남자. 영화 ‘미옥’ 속 임상훈(이선균)은 그런 인물이다.

임상훈은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을 위해 인생을 살아왔다. 이 여자를 품는 것이 유일한 욕망이고, 이 욕망으로 인해 조직을 흔드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안을 수 없다면 파괴하겠다는 어긋난 욕망이 생긴 것도 나현정에 대한 큰 마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임상훈을 연기한 배우는 이선균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느와르 장르에 출연해 보지 않았던 이선균은 “우스갯 소리로 ‘우리나라 40대에 왕과 조폭 안해본 남자 배우가 어디 있냐’고 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고 했다. 처음 도전하는 조폭, 느와르라 고민도 많았겠지만 잘 녹아 들었다.

“어떤 역할이 나에게 들어왔을 때 그림이 그려진다. ‘미옥’은 그려지지 않더라. 처음에는 주저하고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언제 또 이런 장르, 이런 역할이 나에게 오겠는가 싶더라. 그 생각에 도전해 보고 싶었고, 김혜수 선배님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과 부담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상훈은 이렇듯 연기자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감정이 진폭이 크지만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이선균에게도 그랬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었다. 이선균이 가진 로망을 제대로 품고 있었다.

“배우에게 상훈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감정의 증폭도 크다. 멋있는 것보다 결핍이 있고, 그런 역할이 끌린다. 다른 배우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또 장르적인 것은 양복을 입기 보다는 총 쏘는 것이 탐났다. 하하. 어릴 때 보면 권총 들고 그런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 영화 '미옥'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그동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대본이 안 오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편안했다. 목소리와 행동, 표정까지 모든 것이 임상훈으로 변해 있었다. 연민이 느껴지지 않을 법한 인물이었지만, 이선균이 그린 임상훈은 안타까웠다.

“상훈은 유기견이라고 생각했다. 개 농장이 상훈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고아로 태어났고, 유기견에게 먹이 주는 장면이 있었다. 개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나의 일터이자 안식처다.”

유기견 처럼 살아왔던 상훈을 처음으로 안아준 사람이 바로 현정이었다.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힘겨웠을 것이다. 그때 현정이 나타났고, 상처를 치료해줬다. 어떤 감정이든 사랑이라 느꼈고 점차 키워나갔다. 결국 현정은 상훈의 꿈 자체가 된 것이다.

“어릴 때 고아로 태어나서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전쟁을 치루다가 받은 상처를 누군가 치료해주고 하는게 현정이었고, 사랑을 느꼈다. 이성적인 사랑이든 모성애같은 사랑이든 그것을 키워왔다. 애처럼 표현을 잘 못한다. 그걸 유지하면 되는데 불안한 것이다. 현정이 떠나면 다시 유기견이 되는 것이다.”

연민인지 동질감인지, 어찌됐건 상훈이 키워온 사랑이라는 감정은 점점 변해갔다. 현정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결국 파국으로 몰고 간다. 현정만이 아닌, 자신 역시 파멸할 것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영화에 편집 된 부분이긴 하지만 상훈의 일방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관계가 조금 더 깊었다. 상훈과 현정의 키스신도 있었다. 어느정도 교류를 했을 것이다. 현정 역시 상훈을 좋아하고 그런 관계였는데, 조직이 점점 기업화 되면서 현정이 멀리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조직의 보스와 현정의 관계도 질투를 했을 것이다.”

▲ 영화 '미옥'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미옥’은 이선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처음으로 느와르 장르에 도전했고, 지금까지와 결이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모든 작품에는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미옥’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옥’보다는 상훈에 집중해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임상훈이라는 역할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미옥’이라는 작품 자체는 잘 모르겠지만, 임상훈은 나에게 측은하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배우로서 도전해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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