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다이아몬드'가 '쇼타임'을 깨 버렸다.

더스틴 포이리에(28, 미국)가 12일(한국 시간) 미국 노퍽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20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경기에서 전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30, 미국)를 3라운드 2분 8초 만에 TKO로 이겼다.

백포지션을 빼앗긴 페티스가 자세를 뒤집으려다가 옆구리를 다쳐 경기를 포기했다.

포이리에는 22번째 승리(5패 1무효)로 코너 맥그리거, 토니 퍼거슨,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에드손 바르보자, 에디 알바레즈, 저스틴 게이치가 뒤섞인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포이리에는 옥타곤 인터뷰에서 "다음 달 3일 UFC 218에서 싸우는 에디 알바레즈와 저스틴 게이치의 승자와 붙고 나서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티스는 테이크다운을 섞는 상대의 압박에 또 무너졌다. 고질적인 약점이 드러나면서 페더급에서 라이트급으로 돌아와서도 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사우스포 포이리에는 시작부터 페티스가 타격할 거리를 주지 않았다. 태클에 성공하고 페티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1라운드가 끝나기 전, 포이리에가 이번엔 폭풍 연타를 퍼부었다. 페티스를 펜스로 몰아넣고 정타를 여러 번 터트렸다.

페티스는 2라운드에도 포이리에의 태클을 막지 못했다. 엎치락뒤치락 포지션 싸움에서 톱포지션으로 올라가기도 했으나, 결국 포이리에에게 위를 내주고 파운딩을 얻어맞았다. 2015년 3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진 경기가 떠올랐다. 페티스가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지는 그림이었다.

역시나였다. 3라운드 포이리에가 테이크다운 후 백포지션을 잡고 리어네이키드초크를 노렸다. 페티스는 이걸 막고 몸을 뒤집어 자세를 역전하려고 했는데, 이때 페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갑자기 무리해서 몸을 비틀다 보니 갈비뼈를 다친 것.

페티스는 2015년 3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판정패하고 챔피언벨트를 빼앗기면서 추락했다. 에디 알바레즈, 에드손 바르보자에게도 져 3연패에 빠졌다.

지난해 8월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리는 모험수를 뒀지만, 찰스 올리베이라를 길로틴초크로 잡았을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맥스 할로웨이와 페더급 잠정 타이틀전에서 체중을 맞추지 못했고 경기도 TKO로 지고 말았다.

라이트급으로 돌아와 지난 7월 짐 밀러에게 판정승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반등이 어렵다.

[웰터급] 은퇴전에서 위기를 기회로

맷 브라운(36, 미국)이 10년 프로 파이터 생활을 KO승으로 마감했다. 복부를 맞고 움찔했으나, 이 약점을 노린 디에고 산체스(35, 미국)에게 역습을 가해 쓰러뜨렸다.

산체스는 틈만 나면 브라운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원레그 테이크다운을 계속 노렸다.

사우스포 산체스의 왼발 미들킥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듯했다. 브라운이 옆구리에 고통을 느껴 표정이 굳었다. 무릎을 꿇을 뻔하다가 겨우 다시 일어났다.

냄새를 맡은 산체스는 또 복부를 노렸다. 거리를 두다가 다시 왼발 미들킥을 찼다.

브라운은 여기서 반격에 성공했다. 킥을 잡아 산체스를 묶어 놓더니 체중을 실어 오른쪽 팔꿈치를 휘둘렀다.

이 공격이 정타로 들어가자 산체스는 곧바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1라운드 3분 44초 만이었다.

브라운은 2005년부터 37경기를 뛰었고, 21승 16패를 기록했다. 3연패를 끊고 마지막을 승리로 채운 뒤, 자신의 아이들을 옥타곤으로 불러 끌어안았다.

산체스는 웰터급, 라이트급, 페더급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이번에 웰터급으로 돌아왔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 4월 알 아이아퀸타와 경기에 이어 2연속 KO패 했다. 전적은 27승 11패가 됐다.

[헤비급] 핏불 5연패 탈출

안드레이 알롭스키(38, 벨라루스)는 지독한 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스티페 미오치치·알리스타 오브레임·조시 바넷·프란시스 은가누·마르신 티부라에게 졌다. 파이터 인생 최악의 부진이었다.

알롭스키는 변화를 꾀했다. 환경을 바꿨다. 잭슨 윈크 아카데미에서 아메리칸 탑팀으로 훈련 장소를 옮겨 새로 시작했다.

10연승을 달리는 타격가 주니어 알비니(26, 브라질)를 맞아 선택한 작전은 공격 다각화. 힘을 뺀 펀치와 킥으로 알비니의 전진을 견제하다가 하이킥, 슈퍼맨펀치, 백스핀블로 등으로 기습 공격했다.

알롭스키가 여러 각도에서 공격을 퍼붓고 뒤로 살살 빠지니, 왼손 카운터펀치가 특기인 알비니가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노련하게 아웃 파이트를 하는 알롭스키를 쫓다가 15분을 보냈다.

알롭스키는 2년 2개월 만에 26번째 승리(15패 1무효)를 차지하고 "앞으로 계속 나가겠다"고 말했다.

UFC 데뷔전을 TKO로 장식했던 알비니는 옥타곤 두 번째 경기에서 경험 많은 전 챔피언의 작전에 말려 5년 3개월 만에 패배를 기록했다. 전적은 14승 3패가 됐다.

[미들급] 아, 속았다

네이트 마쿼트(38, 미국)는 2라운드가 끝나기 전, 세자르 페레이라(32, 브라질)를 오른손 펀치로 쓰러뜨렸다. 분위기를 잡고 페레이라에게 펀치 연타를 쏟아 냈다.

마쿼트는 3라운드에도 같은 흐름을 이어 가고 싶었다. 페레이라가 맞불을 놓는 줄 알고 상체를 숙이고 펀치를 휘두르려고 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그래플러 페레이라가 본색을 드러냈다. 타이밍 태클로 톱포지션을 잡았다. 이 경기에서 첫 번째 테이크다운 성공이었다.

마쿼트는 페레이라를 털고 일어났지만 길로틴초크를 시도하다가 다시 위를 내줬다. 경기 종료 직전 자세를 뒤집었으나 심판들은 3라운드를 톱포지션에서 오래 마쿼트를 눌러 놓은 페레이라에게 줬다.

2-1(29-28,28-29,29-28) 페레이라의 판정승. 페레이라는 통산 12번째(6패) 승리 후 포효하며 기뻐했다.

승리를 기대한 마쿼트는 3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통산 전적 35승 2무 19패가 된 후,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38.5파운드 계약] 낙엽처럼 허벅지가 울긋불긋

UFC 밴텀급 랭킹 13위 매튜 로페즈(30, 미국)는 레슬러 출신 사우스포다. 타격과 태클을 섞어 랭킹 4위 하파엘 아순사오(35, 브라질)와 맞섰다. 1라운드 잠깐이지만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하지만 베테랑 아순사오는 곧 로페즈의 빈틈을 찾았다. 2라운드 강력한 오른발 로킥으로 로페즈의 왼쪽 허벅지를 두들겨 벌겋게 만들었다. 자주색 피멍이 들었다.

아순사오는 3라운드 기동력을 잃은 로페즈를 압박했다. 플라잉니를 차서 펜스로 몰더니 오른손 펀치로 턱을 흔들었다. 로페즈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3라운드 1분 50초 만이었다.

아순사오는 2011년부터 옥타곤에서 12번 경기(10승 2패)를 뛰었다. 이번이 두 번째 TKO승. 4연승을 달려 총 전적 26승 5패가 됐다.

"TJ 딜라쇼와 상대 전적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3차전에서 결판을 내자"며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로페스는 이번 경기에서 계체에 실패했고 처음으로 KO패를 경험했다. 전적 11승 2패가 됐다.

[라이트급] 구이다 형제의 투혼 따귀

클레이 구이다(35, 미국)는 옥타곤에 오르기 전 기합을 질렀다. 형 제이슨 구이다에게 뺨을 수 차례 맞았다. 투혼을 주입받는 형제들의 특별한 의식이었다.

옥타곤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참이 걸렸는데, 실제 경기는 67초 만에 끝냈다. 조 로존(33, 미국)에게 펀치에 이은 파운딩 연타로 TKO승을 거뒀다.

구이다는 왼손 훅과 오른손 훅으로 로존에게 충격을 줬다. 특히 오른손 훅이 급소 중 하나인 로존의 귀 뒤로 들어가 로존을 비틀거리게 했다.

이어서 터진 오른손 어퍼컷이 결정적이었다. 로존이 뒤로 넘어가자 구이다는 파운딩 망치를 계속 떨어뜨려 심판의 스톱 사인을 얻었다.

구이다는 페더급으로 내려갔다가 올해 라이트급으로 돌아왔다. 지난 6월 에릭 코크를 3-0 판정으로 이기고 로존까지 잡아 6년 만에 연승을 기록했다. (T)KO승은 무려 9년 7개월 만이다.

총 전적 34승 17패가 된 구이다는 옥타곤 인터뷰에서 "2006년부터 UFC에서 활동했다. 선수 생활을 UFC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이번이 계약 마지막 경기였다. 내 경기를 더 보고 싶지 않은가" 소리치며 'UFC'를 연호했다.

로존은 14번째 패배(27승)를 기록하고 4년 5개월 만에 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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