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르디올라가 '진화'를 이끈 또 하나의 선수. 세르히오 아구에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플레이어를 원하고, 아구에로는 그런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앨런 시어러(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 BBC 해설자)

맨체스터시티의 역대 최다 득점자인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지난 세 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20골 이상 성공시킨 최고의 골잡이다. 2011-12 시즌에도 23골을 기록했고, 2012-13(12골), 2013-14(17골)시즌에도 두 자릿 수 득점을 올렸다.

이토록 뛰어난 골잡이 아구에로에게 새로운 면을 요구한 인물이 있다. 바로 맨시티의 사령탑 주제프 과르디올라다. 그는 2016-17 시즌 내내 "아구에로가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구에로는 타고난 골잡이. 골이 터지는 순간에 주로 보일 뿐 경기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 전반적인 공격에 더 녹아들 것과 수비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시즌 말미 합류한 가브리엘 제주스는 이런 과르디올라 감독의 철학에 더 잘 어울리는 공격수였다. 이번 시즌엔 아구에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볼을 받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아구에로는 전방 압박을 도와야 하고 많이 뛰어야 하며 움직임으로 팀원을 도와야 한다. 공을 잡고 있지 않을 때 사라지면 훌륭한 선수일 수 없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2016-17시즌 2라운드 스토크시티전 이후)

2017-18 시즌의 아구에로의 영향력? 작아지기는커녕 그의 주가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도움이다. 득점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도움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는 이번 시즌 리그 8경기에서 8골과 3도움을 올렸다. 지난 시즌 아구에로가 시즌 31경기에 나와 기록했던 것과 같은 수치다.(20골 3도움) 이번 시즌엔 아구에로가 '팀플레이어'로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아구에로의 변화는 단순한 도움 수치 그 이상이다. 이제 전체적인 맨시티 공격의 '과정'에도 아구에로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구에로가 꼭 마무리 슛이나 마지막 패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구에로를 거쳐 맨시티의 공격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맨시티는 현재 아구에로(8골), 제주스, 라힘 스털링(이상 7골), 르로이 사네(6골)까지 두루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스털링의 득점이 폭발적이다. 지난 시즌 리그 33경기에서 7골을 터뜨렸지만, 이번 시즌엔 9경기만에 7골을 터뜨렸다. 스털링이 미켈 아르테타 코치와 마무리 능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곤 하지만, 최근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은 아구에로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

[영상 분석 00:03~01:16] 아구에로는 최근 공을 받으러 적극적으로 내려온다. 아구에로가 내려올 때 자연스럽게 상대 중앙 수비수들이 아구에로를 뒤를 따라 나온다. 아구에로가 공을 간결하게 원터치로 내준 뒤엔 왼쪽 또는 오른쪽 측면에서 찬스가 난다. 그리고 아구에로가 빠져 나간 중앙으로 공이 전개된 것과 반대쪽 윙어가 침투하면서 득점에 가담한다. 주로 사네가 아구에로의 패스를 받아 크로스를 시도하고, 스털링이 중앙에서 마무리하는 형태가 많다. 아구에로 대신 제주스가 출전할 때도 비슷한 공격을 펼친다.

[영상 분석 01:17~02:15] 페널티박스 바깥에서도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맨시티의 2선 공격수들, 그리고 미드필더들이 가진 공격력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변화다. 최근 맨시티가 득점에 모든 선수들이 득점에 가담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시어러는 "아구에로는 세계적 수준의 골잡이다. 하지만 그를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일관성"이라고 설명한다. 아구에로는 어떤 시즌이든, 어떤 지도자를 만나든 꾸준히 득점을 터뜨리고 있다. 로베르토 만치니,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 아래와 마찬가지로, 아구에로는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도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최근 인터뷰에서 아구에로의 변화에 대한 만족감이 읽힌다. 

"단순히 골을 넣기보다 더 많이 플레이에 관여하길 바란다. 많은 상황에서 아구에로에게 공을 보내고, 그가 다시 잡아 패스하고…많은 상황에서 아구에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수비만 하거나 골만 넣는 선수 2,3명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은 움직이고 공과 함께 즐겨야 한다. 체육관이 아니라 여기 있는 이유는 공이다. 나는 한 명이 공을 잡으면 모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다. 가만히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유한 공격수들은 모두 (공격 과정에) 관여한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2017-18시즌 5라운드 왓퍼드전 이후)

아구에로는 11일 벌어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유일한 골을 터뜨리면서 부활을 알렸다. 동료를 살리는 패스도 좋았다. 후반 4분 리오넬 메시에게, 후반 22분에게 앙헬 디 마리아에게 완벽한 스루패스로 찬스를 만들었다. 마무리가 되질 않아 공격 포인트로 연결되진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 중원의 힘이 약하다. 메시, 디 마리아 등과 함께 공격수끼리 조합을 맞춰야 한다. 득점과 함께 동료를 살리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아구에로의 변화는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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