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루시드폴이 집요하게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냈다. 제공|안테나뮤직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가수 루시드폴(본명 조윤석, 42세)이 아날로그 감성을 구현하는 방법은 집요하고, 진실됐다.

루시드폴은 30일 자정 정규 8집 음반이자 첫 에세이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그는 신보 전곡의 작사, 작곡을 살폈고, 녹음 및 믹싱 전 과정에 2년여의 시간을 공들였다.

가장 먼저든 의문, 굳이 책과 함께 음반을 발매한 이유였다. 루시드폴이 밝힌 이유는 '음반의 가치'다. 그는 "'요즘 시대에 지금 음반이 어떤 의미,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예전처럼 CD나 LP를 직접 구해 가지는 시대가 아니라, 별 의미가 없더라. 지난 앨범도 그렇지만 들을 거리와 함께 읽을거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음반을 사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음반만이 느낄 수 있는 걸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 가수 루시드폴이 '노래하는 집'을 직접 지었다. 제공|안테나뮤직
에세이 속 글, 노래 속 가사는 원고지를 거쳐 탄생했다. 수고스러운 일을 고집한 이유는 본인이 '옛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 요즘 가사를 스마트폰으로도 쓰는데 난 옛날 사람이다. 팬분들이 선물해주신 만년필로 400자 원고지, 800자 원고지, 1600자 원고지를 주문해서 썼다"고 설명했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겸하고 있는 루시드폴은 자신의 밭 한 편에 직접 오두막을 지어 '노래하는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곳에서 음악 했다. 그는 "밭이 생기면 창고를 만들고 싶었다. 복층으로 만들어 녹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싶었다. 최신식 스튜디오처럼 완벽한 공간은 아니지만 곡과 글까지 쓸 수 있는 공간 말이다"라고 전했다.

농부의 삶과 음악인의 삶을 겸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덤덤하게 털어놓았지만, 노고가 절실히 느껴지는 스케줄이다. 루시드폴은 "오두막을 만들 때에는 비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쉬지 않았다. 상상 이상으로 힘들더라. 눈밑이 떨리기도 했다.(웃음) '노래하는 집'이 완성되고서는 낮에는 농장 일, 초저녁에 잠들어 새벽 3시쯤 일어나 곡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녹음도 문제였다"며 "스튜디오처럼 흡음재나 완벽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처음 접하는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 가수 루시드폴이 빈티지한 소리를 담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제공|안테나뮤직
특징은 아날로그다. 루시드폴은 예스러운 소리, 빈티지한 느낌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흉내내기에 그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그야말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소리를 찾아 헤맸다.

그는 "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가 초기에 쓰던 68년형 깁슨 베이스를 손수 구하고, 70년대 야마하 드럼 셋을 찾아내 녹음했다"며 "둔탁한 소리 같지만 따듯하다. 녹음할 때에는 드럼은 위에 수건을 얹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구간마다 달린 마이크도 최소화했다. 기타도 집시 기타를 썼다. 날카롭지만 투박한 소리에 반했다. 함께 녹음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이거 괜찮겠냐'며 걱정할 정도로 옛날 소리들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지인도 동원됐다. 타이틀곡 '안녕'은 루시드폴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일렉기타에는 친구 이상순이, 피아노에는 이진아가 참여해 특별함을 더했다. 그는 이진아를 '천사'라고 표현하며 "30초 고민하다 전화했다. 사실 조금 미안했다.(웃음) 그런 프로에게 '못 치는 느낌'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 고무줄로 손가락을 묶어서 못 치게 쳐달라는 의미였다. 진아 말고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1960년대에 진짜 건반 못 치는 사람처럼 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또 그렇게 쳐주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순은 친구라는 죄로 참여하게 됐다"며 "곡을 만드는데 일렉 기타 소리가 들리더라. 이상순에게 앰프를 빌리려고 전화를 했다. 찾아갔는데 이상순에게 앰프가 커서 못 들고 가겠더라. '네가 쳐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고, 내가 쳤던 가이드라인과 믹스를 해보니 질감이 딱 맞아서 싣게 됐다. 아직 사례는 못했다(웃음)"고 설명했다.

원하는 소리를 기필코 찾아 만들어내며, 미련하리만치 고생스러운 방식을 고집한다. 루시드폴의 음악 가치와 소신은 '모든 삶은, 작고 크다'에 오롯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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