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채비' 고두심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고두심이 영화 ‘채비’를 통해 또 다른 엄마로 돌아왔다.

고두심은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를 키우는 엄마 애순으로 출연했다. 세상 해맑은 아들 인규(김성균)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하루가 모자라고 인규의 미래를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생활력 강한 엄마다.

애순의 하루는 인규의 아침을 챙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란 후라이를 좋아하는 인규를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이 가득한 아침을 차리고, 옷을 입혀 자신의 일터까지 동행한다. 잠시라도 인규를 혼자 두는 것이 불안한 애순은 언제나 자신의 품에 인규를 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규가 홀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자신의 상태를 보며 인규가 빨리 다라 오길 바라지만, 결국 자신만의 바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규에게 죽음, 이별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장애아를 가진 엄마들의 마음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표현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애순의 대사인 “한날 한시에 죽게 해 달라”는 말이 가슴에 사무치는 이유기도 하다. 그 심정은 짐작만 한 뿐,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고두심은 어떤 마음으로 애순을 연기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큰 고민을 했다.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로 대체 할 수밖에 없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냐고 하는데, 엄마가 되니까 아픈 자식이 있더라. 영화처럼 절절한 입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손가락이 꼭 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엄마는 아픔이 배가돼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영화 '채비' 고두심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와 같이 모자 사이 이야기를 다룬 작품과 다른 점도 이야기 했다. 장애아를 품은 엄마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일 수도, 비교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어떠면 비슷한 감정과 정서를 품은 작품이라 나온 이야기였다.

“두 작품은 잠깐 잠깐 본 작품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의 입장, 자식의 입장은 다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배우들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자식의 연령 등 모든 부분이 조금씩 다르니까 그런 부분을 봐 주시면 될 것 같다. 두 작품을 염두 하지 않았고, 그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 입장만 생각하며 연기했다.”

애순은 영화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고두심 역시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엄마이기에 더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강인한 엄마였던 애순이 영화 말미에 비난을 쏟았던 교회에서 생을 연장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인규를 두고 눈을 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떤 신이라도, 끈을 잡아 조금이라도 삶을 연장하고 싶은 것”이라며 “내가 죽는 것 보다, 저런 자식을 두고 눈을 감아야 하는 입장에서, 그 절절함이 영화 속에서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를 24시간 케어하는 엄마 애순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두심을 비롯해 김성균, 유선, 박철민, 김희정 등이 출연했다. 오는 11월 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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