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채비'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를 두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엄마 애순의 채비는 슬프지만 따뜻했다. 인규를 바라보는 애순의 눈빛 만큼, 애순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는 인규 만큼이나 따뜻했다. 과정은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그들에게 만큼은 따뜻한 순간 순간이었다.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는 지적장애 아들(김성균)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고두심)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마를 보내고 홀로 서기를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슬프다. 슬픔의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작품이다. 애순이 동네 교회 목사에게 툭 건넨 말인 “나랑 한날 한시에 죽게 해달라”는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부모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품 안에 끼고, 언제나 함께 했던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따뜻하다. 죽음과 가까워짐을 느끼지만, 자신의 죽음보다 인규를 혼자서도 살 수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만들기 바쁜 애순의 손길과 애순이 힘들어 할 때마다 박상철의 ‘무조건’을 불러주는 인규의 목소리와 몸짓은 그 어떤 온기보다 따뜻하다. 눈물이 흐르면서도 이내 잔잔한 미소가 깔리는 이유다.

▲ 영화 '채비'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채비’는 반전은 없다. 인규가 짝사랑하는 유치원 선생님 경란(신세경)이 인규와 같은 마음이라는 드라마틱한 순간도, “한번만 살려 달라”는 엄마의 기도가 이뤄지는 기적도 없다, 그저 엄마 애순과 아들 인규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능력에 많은 부분 기댄다. 고두심이라는 이름 석자가 주는 신뢰는 엄청나다. 그동안 다양한 엄마를 그렸던 고두심은 장애를 가진 자식 뿐만 아니라, 동생의 그늘에 가려 엄마의 정을 그리워했던 정상인 딸까지 품은 애순으로 분했다. 화장기 없는 고두심의 얼굴은 ‘우리들의 엄마’ 모습 그대로였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친 김성균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로 분했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 구김없이 밝은 모습까지 소화했다. 애순의 얼굴이 애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면, 인규의 얼굴은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 영화 '채비'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그저 따뜻하고 착한 영화로 ‘채비’를 본다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채비’는 고두심이 연기한 엄마, 김성균이 연기한 아들, 그들의 슬프지만 따뜻한 여정을 지켜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오는 11월 9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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