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문근영은 '유리정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이해'와 '공감'이었다고 말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배우 문근영(30)은 ‘유리정원’에서 잘 웃지 않는다. 웃는 듯 보여도 그 속에 담긴 슬픔이 비친다. 배신에 상처받고,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에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그랬기에 문근영은 ‘이해’와 ‘공감’을 가장 중요시했다.

문근영은 25일 개봉한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에서 ‘재연’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재연은 엽록체를 활용한 인공혈액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도다. 재연은 후배에게 연구하던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까지 당했다. 결국 스스로 고립을 택했고, 어릴 적 자랐던 숲속 ‘유리정원’으로 들어갔다. 

충격적 이야기는 ‘유리정원’으로 들어간 이후에 시작된다. 재연은 자신이 연구하던 것을 확신했고, 이것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그저 ‘순수하게’ 행한 행동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대중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근영은 “보는 사람들이 이해, 공감할 수 있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제가 이해하고 공감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때, 제 방식대로 제가 이해한 것 그대로 표현할 순 있죠.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방식도 존중해서 (연기를) 해야 해요. 어떤 연기를 하든 정도나 수위, 적절한 만큼을 고민하지만 재연은 특히 그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 '유리정원' 문근영. 제공|리틀빅픽처스

고민해서 표현해낸 재연은, 누구나 쉽사리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극 중, 재연을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처럼 ‘왜?’를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근영은 대본을 읽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직감으로는 (재연의 감정을) 뭔지 다 알 것 같더라”고 말했다. 물론 “머리로 이해하고 납득하지 못한, 해소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럴 때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머리로는 나중에 이해한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문근영은 언론 시사회 직후 눈물을 흘렸던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눈물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문근영은 “아프기만 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한테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더라”며 “상처, 아픔만을 꼬집는 영화가 아닐 거다. 어떤 상황에서는 치유 혹은 위로, 위안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문근영이 ‘유리정원’을 아프기만 한 영화라고 생각한 데는 작품 곳곳에 ‘상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근영은 “상처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을 하고, 상처 때문에 유리정원으로 가고, 거기서 치유되는 듯 보였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며 “흐름 속에서 발현되는 방향 자체가 아프더라. 재연은 나쁜 마음이나 악의를 가진 게 아닌데, 다른 사람 눈에는 엽기적인 행위 또는 광기 서린 모습일 수 있는 거잖나. 그런 것들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리, 변화하려고 하는 순간에 누군가가 내게 손을 내민다”며 “그제야 ‘손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도 슬펐다. 그 전까지는 손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알고 난 뒤에는 ‘이제야 나한테 손을 내미네’ ‘왜 이제야 손을 잡아주지?’ ‘누가 이제야 따뜻함을 주는 거지?’라는 원망 같은 아픈 감정만 남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 문근영은 '유리정원'을 보고 '치유'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하지만 문근영이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은 위로와 치유였다. 문근영은 “‘손이 따뜻하다’는 게 ‘지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이제 끝이지만 나도 따뜻함을 갖고 갈 수 있어서’라고 느껴지면서 위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가는 길은 외로울 수도 있고 꼭꼭 숨을 수도 있을 거다. 상처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어떤 순간에라도 나한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내가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면서 위로받았다”고도 말했다.

그런 문근영에게 물었다. 자신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었냐고. 그리고 문근영은 되물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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