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제공|(주)키위컴퍼니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대장 김창수’는 청년 김창수가 대장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많은 이들이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그 동안 조명 받지 않았던,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다. 김창수는 바로 김구 선생이다.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 이름이 김창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같은 이유로 ‘대장 김창수’는 굳이 숨기려 한 것은 아니지만 김구 선생의 20대 시절 이야기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감춰졌다.

김창수 역을 맡은 조진웅은 김창수가 아닌, 김구 선생의 이야기로 알고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몇 년 동안 거절한 끝에 출연을 결정했고, 김창수가 됐다. 김구가 아닌, 김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의 이야기라 부담을 조금 덜어 냈는지도 모른다.

‘대장 김창수’는 천하고 평범했던 김창수가 어떤 과정을 겪어 김구가 됐는지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았다. 조진웅은 후손으로 그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작품에 임했다.

초반 느꼈던 부담은 모두 덜어 냈다. 고민과 부담은 출연 결정을 한 순간 다 끝냈다. “그때(김창수가 살았던 시절)보다 뭐가 힘들겠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관객과 만나 평가 받는 일은 두렵지만, ‘대장 김창수’를 통해 얻은 것도 많았고, 성정(性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 한 조진웅을 만났다.

◆ 이하 조진웅과 나눈 일문일답.

▲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제공|(주)키위컴퍼니

Q. 처음엔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으로 거절했다. 직접 연기를 해 보니 어땠나.

고민은 출연을 하겠다고 하기 전에 모두 끝났다. 힘들다고 하지만, 그때보다 힘들었겠는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게 된 기회가 온 것이니 당당하게 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영화 홍보를 하면서 처음으로 당당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두렵지만, 얻은 것도 많고, 성정에 큰 도움이 됐다.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것이다.

Q. 협업이 큰 도움을 줬을 것 같고, 선배들이 주는 기운이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신정근 선배가 없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정말 많은 힘이 돼 주셨다. 다른 선배들 역시 말 할 수도 없다. 안아주고 품어 주셨다. 열어 놓고 중심축이 있으니까, 다른 선배들 역시 편하게 했다.

Q. ‘대장 김창수’는 청년 김창수의 성장 환경이 담겨 있다.

김창수가 김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간다. 그걸 조명하는 작품이다. 그런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김창수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의구심은 들었다.

Q. 연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있었나.

엄청 뜨거웠다. 모든 작업에서 뜨거움은 있다. 이 시기에 사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힘든가. 다들 힘든 이야기가 나온다. 캐릭터에 몰입 해 연기하는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배우들은 스트레스를 재생산한다.

Q.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느낀 장면이 있다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형장에서 걸어 나오면서 죄수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의연하게 나오는데 눈물이 엄청 난다. 신을 순서대로 찍을 수 있게 배려를 해 줬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와서 더 뜨거워졌다. 리허설 때는 울지 않기로 했는데 눈물이 났다. 감독님도 왜 우느냐고 하더라. 울지 않고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으로 해결되지 않은, 묘한 기분이 많이 느꼈다.

Q. 김구 선생은 많이 알려졌지만, 김창수는 그렇지 않다.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전사가 없다. 김창안이라는 인물 없이 김창수부터 나온다. 앞뒤가 꽉 막힌, 형제가 없을 것이고, 항상 자신이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뭉쳐버린 풀릴 수 없는 이데올로기가 들어와 있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평범했던 사람이 풀리지 않는 상황과 마주하면 확 굳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대에 내가 연극을 했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제공|(주)키위컴퍼니

Q. 과거 조진웅도 그랬던 적이 있나.

후배들을 가끔 만나면 많이 놀란다. 날 보고 사람 됐다고 할 정도다. 내가 연극을 할 때 그랬던 것 같다. 연극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단면을 보면서 굳었던 것 같다. 그래서 김창수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신념이나 정체성의 흔들림은 없지만, 주변 사람을 만나면서 변해가는 것도 이해는 간다.

Q. 매 작품이 개봉되면서 느낀 건데, ‘조진웅’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가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내 능력이 돼서 한 것은 아니지만, ‘대장 김창수’도 내 차례가 된 것 같았다. 이것도 내가 저지른 일이다. ‘대장 김창수’도 이제 내 발자취가 됐다. 오히려 확실해졌다. 더 확실하게 잘 살아야 할 것 같다. 정체성 같은 것은 바뀌지 않았지만, 작업을 할 때 소신이나 강단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