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태훈은 '유리정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지훈을 연기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결국 어긋나 상처받더라도, 이 두 인물은 자신의 욕망을 놓지 못한다.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의 이야기다. 25일 개봉한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지훈(김태훈 분)과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 분)을 다룬다. 지훈은 소설을 쓰기 위해 재연의 삶을 엿보고, 재연은 자신이 연구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훈을 이용한다. 

결과는 참혹하다. 욕망을 놓았다면 서로 다치고 상처 입는 결과가 도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김태훈은 ‘정답’을 꺼내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태훈은 “나의 고민이기도 한 부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 김태훈은 '욕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나의 고민이기도 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제 욕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인간으로서는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는 연기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죠. 건강한 욕망이면 좋을 텐데, 그것 때문에 괴롭기도 해요. 그 욕망이 저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좌절감도 주고, 스스로 자책하게 되고, 외롭고 또 괴롭게 되고요.”

김태훈이 배우로서 꿈꾸는 욕망, 그리고 이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거나 괴로워지는 부분은 ‘유리정원’ 지훈과 닮았다. 삶의 원동력이 되는 건강한 욕망도 있겠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고 구속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유리정원’ 지훈이 그랬다. 김태훈은 “아주 못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약자를 누르려고 했던 거나, (재연을) 이용해 먹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유리정원’ 지훈은 다만, 극 중 대사처럼 ‘재연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김태훈은 “상처받고, (세상과) 단절돼 있는 재연의 모습에서 비슷한 동질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재연이 갖고 있는 상황들에 대한 호기심 또는 가슴 아픈 지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연민이라는 감정이 뒤섞였을 것”이라며 “분명히 대사로도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말 순수하게, 행복하기를 바란 것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 김태훈. 제공|리틀빅픽처스

김태훈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꺼내놓았다.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태훈은 “(시간이) 갈수록 덜 힘들고, 편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선배들이 그런 말씀 하시더라.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고. 정말로 욕심은 더 커지고, 만족감은 줄어드는 것 같다. 만족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낀 경우도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경우도 거의 없다. 빈 부분만 더 커지는 것 같다”며 “그래서 (선배들이) 그렇게 외로워 보였나 보다. 누구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유리정원’ 같은 곳이 김태훈에게는 마땅히 없다. 영화 ‘유리정원’에서 주인공 재연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자신만의 ‘유리정원’을 택한다. 재연과 마찬가지로, 김태훈에게 그만의 ‘유리정원’이 있냐고 물었더니 “딱히 있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김태훈은 “‘유리정원’이 숲속에 있는 거잖나. 숲이나 산이 주는 에너지가 ‘치유’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숲이나 나무가 좋다는 게 뭔지 몰랐어요.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할 때 피톤치드 숲속을 거니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공간에서 촬영을 하면 너무나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죠. 지금도 산을 타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무들이 둘러싸인) 공간이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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