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여은은 '언니는 살아있다' 구세경에 대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구세경은 자주 안쓰러웠어요. 아버지와 마주하는 신들에서 확 무너지더라고요. 또 용하에게 못 해준 것들 때문에도 안쓰러웠어요. 마지막 대사도 슬프잖아요. 모두 마음 아팠어요.”

배우 손여은(34)은 SBS 주말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서 연기한 구세경을 안쓰럽다고 표현했다. 구세경은 공룡그룹 구필모(손창민 분) 회장의 딸로, 루비화장품 본부장이었다. 하지만 성공, 욕망을 위해 달리는 데 급급했던 인물이었다. 동생 구세후(이지훈 분)를 잃어버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의 정체를 알고도 공룡그룹을 손에 넣고자 모른 척했다.

유방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에는 지난날 저질렀던 자신의 행동을 모두 반성, 참회했다. 특히 사랑을 온전히 주지 못했던 아들 조용하(김승한 분)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을 때는 시청자들의 눈시울마저 붉어지게 만들었다. 손여은의 섬세한 표현 덕분에 구세경의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고, 또 공감할 수 있었다.

손여은은 “구세경은 죽기 직전, 용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싶다면서 “김은향(오윤아 분)에게 초등학교 입학 때 챙겨줘야 할 게 많다면서,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대사가 정말 짠했다. 그런 것들을 자존심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담담하게 말하잖나. 마음이 정말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는 극 후반부, 구세경이 시한부를 선고받고 난 뒤의 모습이다. 극 초반 구세경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적반하장의 ‘뻔뻔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중 하나는 먼저 바람이 난 것은 자신이지만, 김은향(오윤아 분)과 남편 조환승(송종호 분)이 바람나자 화를 내는 등의 모습이다. 이를 연기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손여은은 “그럴 때마다 ‘왜 그랬을까’를 찾았다”고 말했다.

“구세경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구세경은 주위에서 다 인정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에요. 공룡그룹도 내 것이 될 거고, 자신 위에 사람이 없었죠. 그런 환경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란 사람은 누군가가 자기 것을 빼앗아 가는 걸 못 받아들일 것 같았어요.”

▲ 손여은이 연기한 구세경. 제공|SBS

손여은은 계속해서 구세경이라는 인물을 설명했다. 손여은은 “구세경은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고 살았을 것”이라면서도 “아버지가 구세경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다. 다 가졌지만 외로웠을 거다. 고독한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서 나오는 결핍이 있었을 거다. 또 자신의 아이한테는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모르는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손여은이 연기한 구세경은 ‘언니는 살아있다’를 이끄는 ‘악녀’ 중 하나였다. 그만큼 화를 내고 소리치는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손여은의 실제 성격과 반대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컸다. 손여은은 “작가님이 ‘악녀’ 연기를 하다가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다고 했는데, 아니더라. 스트레스가 더 쌓였다”고 밝혔다.

“악역 연기, 악행을 저지르거나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의 연기를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화를 내고 풀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스스로가 (어떤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연기하지 못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니까 저주하거나 미워하는 감정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야 하니, 감정이 계속 남아있더라고요. 구세경의 대부분 분량은 그런 거였으니, 오히려 힘들었어요.”

힘들었던 만큼 보람은 있었다. 구세경은 손여은이 그간 연기했던 인물들 가운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다. 손여은 또한 “의외의 모습,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극 후반부 대본이 많이 와닿았다”며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실제로 아프신 분들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게 됐다. 그분들께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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