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 아닌 내가 느낀 다양한 감정이 쪼개진 인물들"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인간들의 충돌"

▲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스포티비스타=부산, 이은지 기자] 영화 ‘죄 많은 소녀’의 시작은 김의석 감독의 개인 경험에 의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감독이 직접 느낀 감정에서 파생됐다.

영화 ‘죄 많은 소녀’는 한 소녀가 실종되면서 주변인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인간이 벌이는 비 이성적인 행동, 또 그렇게 생겨나는 피해자의 이야기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또 그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정확하게 말하면 피해자를 만들어낸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마디로 영원한 피해자도, 영원한 가해자도 없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결국 영화 제목인 ‘죄 많은 소녀’는 우리 모두의 죄를 품은 소녀다. 그 소녀의 죄는 비단 한 사람의 죄가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의 죄인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 초청된 이 작품을 연출한 김의석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저예산 영화이고, 완성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큰 부담은 불안과 공포로 이어졌지만 영화제에 초청되며 다행이라는 안도로 변했다.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를 정도지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이하 김의석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이야기 구상을 어떻게 했나.

개인 경험에 의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초반부에 일어진 이야기는 경험이다. 굉장히 소중한 친구를 잃으면서 느낀 것을 영화로 담으려 했다. 친구가 실종되고 수색을 해 가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주변인을 보면서 느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내 감정이었다.

Q. 영화 속에서 주변인들이 변하는 것이 감독의 감정과 비슷했나.

맞다. 처음에는 내 탓이 아니라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니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나는 세상에 없어져야 하는 존재 같았다. 자책감이 들다가도 다시 살아야 하니까, 빠져 나오기 위해 내 탓이 아니라고 본능처럼 몸부림 치고 있더라.

Q. 그러면서 어떤 것이 느껴지던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됐다. 인간성이 뭔가 생각했다. 비열하고 치사하더라. 그 후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가 불쌍해 보였다.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처절하게 내 죄가 아님을 바라는 존재였다. 약한 그런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

Q.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더라.

선과 악 자체를 없애려고 했다. 어른들은 악이고 아이들은 선이라고 말할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 경계는 모호하다.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죽음을 부추긴 아이를 괴롭히는데, 그렇다고 그 아이의 엄마가 악인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악이 될 수는 없다. 선과 악을 나눌 수 없는, 그 모습을 가진 인간들이 계속 충돌하는 것을 담아 내고 싶었다. 때로는 악이다가, 때로는 선이 된다. 선과 악을 오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Q. 영희에게 모든 죄책감을 넘긴다. 형사나 교사 등 어른들로 시작해 아이들까지 전염되는 구조다.

맞다. 사람들은 죄를 안고 살수 없고, 누군가에게 넘겨야 한다. 결국 한 아이에게 전부, 완벽하게 씌워진다.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죄를 전가하고, 내 탓이 아님을 증명하려 노력하다 보니 한 아이에게 넘어간다. 아이와 어른이 아닌, 인간 자체의 속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영화에 보면 같은 수화 장면이 두 번이 나온다. 아이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박수를 치는데 끔찍했다. 이런 식으로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장면이 다수 등장했다.

타인을 위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씻어내기 위한 과정들이다. 핵심을 파헤치기 보다는 내 안위를 생각한다. 이기적인 것이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그 이기심 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장레식장에서 벌어지는 굿판도 마찬가지다. 죽은 사람을 좋은 곳에 보내기 위함도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행위로 해석 할수도 있다.

Q. 결국 주인공 영희에게 모든 죄를 넘기는 다양한 사람들, 또 영희를 위로하는 척 하는 사람들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계속 변화하는 마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쪼개서 만든 인물이라 그렇다. 그러면서 캐릭터들로 발전 시켰다.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다행히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 캐릭터의 감정을 만든 뒤 배우들에게 부탁을 했다. 각 배우들에게 맞는 성격을 주는 것이다. 말투부터 모든 것을 배우 스타일에 맞춰 바꿔도 된다고 했고 실제로 대사 등 많이 바꿨다. 캐릭터를 만들어 오지 말고, 있는 그대로 와 달라고 했다.

Q. 영화를 하면서 가장 크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것이다. 어둠에 있던 캐릭터가 빛을 보기도 하고, 선과 악을 오가기도 한다. 여고가 배경인데, 학생들의 감정 역시 동성애일 수도 있고, 인간애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볼 때도 특정 인물 편에 서서 그를 응원하는 것을 무너트리고 싶었다.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결국 자신의 안위다.

[관련 리뷰] 당신은 '죄 많은 소녀'를 비난 할 수 있는가

[관련 정보]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