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은빈은 최근 종영한 '청춘시대2'에서 송지원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제공|나무엑터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청춘시대2’의 중심 이야기 중 하나는 ‘문효진’ 사건이다. 배우 박은빈(25)은 송지원이라는 인물을 연기, 자신이 잊었던 과거를 더듬어갔고 기억 속에 묻어뒀던 ‘문효진’과 마주했다. 이 과정은 한 번에 쭉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나타났다.

지난 7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청춘시대2’(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는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사는 2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박은빈이 연기한 송지원은 그중 하나로, 윤진명(한예리 분)과 정예은(한승연 분), 유은재(지우 분), 조은(최아라 분)과 함께했다. 다섯 명이 주인공이다 보니 에피소드 또한 나뉠 수밖에 없었다.

박은빈은 “이번 시즌은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까 한 사람만 쭉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드러났다. 시간 때문에 배열이 바뀌기도 했다”며 “그 빈 공간 속에서 맥락을 잘 잡아가는 게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랬기 때문에 박은빈은 철저하게 “분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은빈이 ‘청춘시대2’에서 철저하게 분석했던 부분은 송지원의 무의식에 내재돼 있던 행동들, 그리고 과거 ‘문효진’과 관련된 것들이다. ‘문효진’이라는 인물은 시즌1에서도 잠깐 언급된 적 있다. 시즌1 에필로그에서 송지원은 갑작스럽게 “효진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를 되묻자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라고 답했다.

박은빈은 “시즌1 때는 두 가지 의미일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과, 무의식적으로 ‘효진이’를 이야기하고,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상태 두 가지로 봤다”고 했다. 두 가지의 가능성 모두 있었다. 송지원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거짓말쟁이’로 나왔고, 이따금 찾아드는 이명현상이 있었다.

박은빈은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보니까, 둘 중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 애매모호하게 연기를 했다. 그때 당시에는 ‘효진이’에 대한 정확한 설정이 없었다. 그래서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은빈이 연기한 송지원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진실과 마주했다. 제공|JTBC

송지원이 가진 이명과 허언증에 대한 해석도 들을 수 있었다. 박은빈은 “이명은 시즌2에서도 들렸다.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 정도로 해석했다”면서 “지원이가 ‘문효진 사건’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고,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부인하고 부정하기 위해서 감당할 수 없는 무의식을 끌어내는 것이라 봤다. 무의식을 억압하기 위한 그 힘이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서 삐-소리로 나타나는구나 생각했다”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박은빈은 공부가 도움이 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박연선 작가님이 인물들을 섬세하게 다룬다. 대본 분석하는 게 재미가 있었다”며 “제가 알기로도 박연선 작가님이 자문을 받고 그러는 걸로 알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자화상을 그렸던 것도 임상심리사분께 자문을 받으셨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연선 작가의 ‘완고’를 보기 전에는 송지원의 과거를 완전히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 힘이 부쳤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송지원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그의 친구 문효진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불안한 마음이 샘솟을 수밖에 없었다. 박은빈은 “PD님께서 설명을 해주시기는 했지만 박연선 작가님의 완고를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지원이가 효진이를 찾아가며 불안감을 느꼈듯, 같은 심정으로 잘 따라갈 수 있었다”고 했다.

‘청춘시대2’ 송지원은 결국 ‘문효진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다. 초등학교 3학년, 허름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친구 문효진은 미술선생님에게 불려가 추행을 당했다. 송지원은 이를 목격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삶이 송두리째 망가져 버린 문효진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택했다. 송지원은 문효진 대신 미술 선생님과 재판을 진행했다. 엔딩은 이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은빈은 “엔딩은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을 했다”며 “재판은 빨리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거잖나”라고 말했다.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됐을 것 같냐는 물음에는 “처음에는 변호사나 경찰 등 모든 인물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 증언을 해준다. 그것 자체가 청신호”라며 “재판이 잘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 박은빈의 대답에서는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제공|나무엑터스

충격을 안겨줬던 송지원의 죽음, 그 사이 8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청춘시대2’ 에필로그에서는 2017년으로부터 8년 뒤인 2025년, 생을 마감하는 송지원에 대한 암시가 나왔다. 박은빈은 “박연선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캐릭터니까 캐릭터의 끝도 박연선 작가님이 만들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송지원은 죽기 직전까지 “기자 정신을 발휘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지원은 어린 시절 기억을 찾기 전, 언론고시 포기의 뜻을 밝혀요. 기자의 꿈을 꿨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서 기자의 꿈을 포기한 거였죠. 하지만 효진이 사건을 계기로, 송지원은 진실을 좇고 진실을 밝혀나가는, 진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다시 인생의 항로를 재정비했을 것 같아요.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꿈은 진실을 알리고 진실을 말하는 기자이고요.”

박은빈은 마지막으로 “송지원은 어쩌면 저는 알고 있었지만, 남들은 몰랐을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창구”라면서 “굉장히 애정이 크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지원이 가장 사랑스러웠던 순간을 묻는 말에는 “전반적으로 되게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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