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스포티비스타=부산, 이은지 기자] 나의 자식을 대신 살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내 아들의 목숨을 먹고 ‘살아남은 아이’가 있다. 은찬은 친구들과 강가로 여행을 갔고, 물에 빠진 기현(성유빈)을 구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

6개월이 지난 후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는 여전히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최무성)는 은찬이 다녔던 학교에서 기현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것을 듣게 된다. 힘들게 지내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자신의 가게에서 일을 가르친다.

아버지는 아들을 대신해 살아남은 아이를 거두지만 어머니(김여진)는 못마땅하다. 자신 앞에서 걷고 숨쉬는 기현을 보는 것이 힘들다. 은찬은 더이상 볼 수 없는데, 기현은 아무렇지 않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대상 없는 화가 치민다.

비딱했던 기현도, 기현을 보는 것이 아프기만 했던 어머니도 점차 가까워지고, 아버지와 어머니, 기현은 또 새로운 가족처럼 아픔을 잊어가며 다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관계가 깊어 질수록 기현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은찬의 의로운 죽음에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감당하지 못 할 슬픔을 느끼고, 아버지 역시 큰 배신감을 느낀다. 죄책감에 모든 진실을 밝힌 기현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진실을 밝혔지만 감히 사과 조차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죄책감 역시 덜어지지 않는다.

부부는 이 참담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할수록 현실은 끔찍하다. 아이의 죽음 속 숨겨진 진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모두가 외면하는, 그 누구도 밝혀지길 원치 않는 진실은 부부의 허망함과 분노를 더욱 키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영화는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또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자신의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를 지켜보는 부부의 표정과 눈빛은 변화를 거듭한다. 가장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순간, 밝혀진 진실은 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 세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느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기현이 함께 걸어갈지 각자의 길을 갈지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연출 신동석. 개봉 미정. 출연 김여진 최무성 성유빈. 러닝타임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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