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스포티비스타=부산, 이은지 기자] 그 소녀의 죄는 과연 누구의 죄일까. 많은 죄를 등에 업고 힘든 발걸음을 옮긴다. 소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당신은 그 소녀를 비난할 수 있는가.

영화 ‘죄 많은 소녀’(After My Death, 감독 김의석)는 실종된 한 여학생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 여고를 다니던 학생이 실종된다.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신도, 유서도 나오지 않는다.

형사들은 학교를 찾아오고, 영희는 그 소녀와 마지막까지 함께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 둘만이 알고 있는 그날의 대화에 대해 형사는 집요하게 묻고 영희와 소녀, 둘만 남기 전 함께 있었던 또 다른 소녀는 영희가 실종된 아이의 자실을 부추긴 듯한 증언을 한다.

딸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던 아이의 엄마는 영희의 뒤를 따르고, 영희 역시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아이를 찾는다. 하지만 영희가 아이를 찾는 이유는 죽음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다. “내가 먼저 죽고 싶었다고. 그곳에서 뛰어 내리는 것은 내가 죽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외치는 영희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하다.

▲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같은 반 아이들, 학교의 교사, 형사, 죽은 아이의 엄마까지 영희를 원망한다. 아이가 죽은 이유를 영희에게 찾고, 영희는 어느 샌가 아이의 죽음을 부추겼고, 자살을 방조한, 가해자가 돼 있다. 영희는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오간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된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혹은 동정,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는 또 다른 아이와 자신의 학생에게 죄책감을 주는 교사, 사건 해결을 위해 영희를 겁주는 형사까지 때로는 가해자가, 때로는 피해자가 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결국 시시각각 변하는 한 사람의 감정인 셈이다. 자신의 죄를 남에게 넘김으로써 죄책감을 덜어내고 영희는, 죄 많은 소녀가 된 영희는 결국 모든 사람의 죄를 등에 업고 어둠 속으로 걸어간다.

영화의 시작과 후반부 등장하는 영희의 수화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타인의 고통과 감정을 스스로 편리한대로 해석하는지, 상대를 겉으로만 이해하는 ‘척’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수화의 내용이 밝혀지는 순간 덤덤한 영희의 손동작은 그 어떤 장면보다 잔인하고 끔찍하게 다가온다. 연출 김의석. 개봉 미정. 출연 고원희 유재명 허동원. 러닝타임 113분.

▲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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